월례포럼 | 용접공 김진숙의 37년 투쟁 이야기

5월 28일(토)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플랫폼C 월례포럼이 열렸다. 2020년 2월부터 플랫폼C는 매월 사회운동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월례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달 주제는 <웃으며! 끝까지! 함께! : 용접공 김진숙의 37년 투쟁 이야기>로, 노동운동가 김진숙을 초대해 그의 37년 투쟁 이야기, 삶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한진중공업 민주노조 운동과 정리해고에 맞선 오랜 투쟁, 희망버스 투쟁 등을 통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날 행사에 관심을 갖고 신청했다. (이 날 강연회는 플랫폼c 페미니즘공부모임 주최, 우분투재단의 후원으로 열렸다.)

강연회는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박장준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됐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김진숙 동지를 만나러 오기 전, 곳곳에서 더 많은 김진숙들을 만났었다면서 월례포럼의 문을 열었다. 최근 서울시청 별관 농성 투쟁을 진행한 바 있는 가스검침원 여성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가스분회), 파업 투쟁에 돌입한 코레일네트웍스·철도고객센터 노동자들을 언급하면서, 우리 주위 곳곳에서 더 많은 김진숙들(투쟁하는 여성노동자)이 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열여섯 어린 나이에 강화도의 본가를 떠나며 시작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신발공장과 봉제공장 시다로, 버스 안내원으로, 거대한 영도조선소의 용접공으로 일하며 지나쳐온 노동과 삶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거쳐온 삶을 온전히 그 시대의 자화상으로 연결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는 스물셋의 나이에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일을 시작하며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작업환경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왔다. 민주노조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노동권을 쟁취할 수 있을지 알지 못했던 그가 투쟁하는 노동자의 삶을 시작한 것은 온전히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망, 그리고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김진숙은 회사와 어용노조의 협작을 폭로하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어용노조 행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익을 빼돌리는 어용노조 간부들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마침내 한진중공업에서 민주노조가 생길 수 있었고, 87년 여름 수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헌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진숙은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소위 ‘386세대’ 엘리트 대학생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기억한다. 그것은 그 전부터 지난하게 계속되었던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7~9월 전국적인 노동자 대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다. 오늘날 민주화 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떠벌리고 다니는 민주당의 정치인들이 그 기억을 왜곡시키고 있지만, 이름 없는 많은 노동자들의 싸움이 세상을 바꾸는 진정한 힘이었다. 김진숙 같은 노동자들의 기억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이를 제대로 돌아보고 전해야 한다.

살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무엇이었냐는 청자의 질문에 김진숙은 1987년 거리로 나섰던 동료 노동자들의 눈빛 때문이라고 회상한다. 민주노조를 모를 땐 그렇게 찌질하고 한심할 수 없었던 “아저씨들”이, 일을 멈추고 거리로 나서 용감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았을 때, 자기 삶의 안위가 아니라 동료 노동자 전체의 삶의 혁명을 꿈꾸는 모습을 볼 때, 세상은 변할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 느꼈다고 한다. 그 풍경에 대한 기억이 그가 평생에 걸쳐 투쟁한 힘이었다.

무엇보다 김 지도위원은 플랫폼C가 이렇게 불러주어서, 이렇게 사회운동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꾸 모이는 것이 희망의 근거라며 이렇게 말했다.

“모이세요. 모여서 책을 읽든, 술을 먹든… 아, 만선호프는 가지말고! 아무튼 일단 모이세요. 젊은이들이 이렇게 모여 있으면 뭐라도 됩니다”

자본주의의 야만에 맞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다양한 사람들이 차이를 뛰어 넘어 모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비루한 현실에 맞선 최선의 실천이 아닐까? 일단, 모이자. 모여서 뭐든 하자.

강연을 통해 김진숙이란 사람의 존재가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참가자가 이야기했듯, 그는 “사는 일, 싸우는 일, 쓰는 일, 그리고 말하는 일에 대해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먼 서울까지 와 이야기를 전해준 그에게 배우고 들은 이야기를 각자의 공간에서 새롭게 실천하고, 또 전달하는 것은 그것을 전해 들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강연을 통해 모금된 약 36만원의 참가비는 전액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 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오는 6월 월례포럼은 ‘민중가요의 역사와 현재성’에 대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의 강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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