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사람 | 페미니스트·인권운동가 황쉐친 구명운동

황쉐친(黄雪琴)은 중국 미투운동을 주도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다. 그는 과거 중국 광둥성의 신문《신쾌보》(新快报)와 잡지《남도주간》(南都周刊)의 취재 기자로 일한 바 있고, 이후에는 관료들과 기업들의 부정부패 사건, 그리고 젠더 문제와 인권, 사회적 소수자들의 의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해왔다.

황쉐친은 2017년 10월에 “중국 여성 기자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中国女记者性骚扰调查报告)”를 통해 416건의 성폭력 사건들을 알려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8년 3월 7일, 광저우젠더교육센터, ATSH(Anti-Sexual Harassment), 중국국제여성영화제, 홍콩 외신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보고서 발표회에서 “전체 여성 기자 중 80퍼센트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면서, “이 가운데 42.2퍼센트는 2회 이상의 피해를 받았다고 답했다”고 밝히며 중국 미투 운동에 앞장섰다.

2018년은 중국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시기였다. 특히, 베이징항공우주대학(北京航天航空大学)의 창장학자(长江学者)인 천샤오우(陈小武) 교수 성폭력 사건은 가장 큰 논란이 된 사건 중 하나였다. 창장학자란 1998년 홍콩 최고 자본가 리카싱(李嘉誠)이 설립한 리카싱재단이 중국 교육부와 공동으로 제정한 상이다. 중국 교육부가 매년 전체 대학에서 추천을 받은 국내외 학자 50명에게 수여한다.

천샤오우

2017년 10월, 성폭력 피해자이자 베이징항공우주대학 박사 뤄첸첸(罗茜茜)은 교수이자 창장학자인 천샤오우가 오랜 기간에 걸쳐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실명으로 학교에 폭로했다. 하지만 사건 처리 과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고, 학교는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 때 뤄첸첸은 황쉐친이 발표한 “여성 기자 성폭력 실태조사”를 알게 되어 황쉐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둘은 함께 ‘과일맛 사탕 연맹’(水果硬糖联盟)이라 명명된 그룹을 만들고, 2018년 1월 1일을 기해 웨이보(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중국판 트위터로 불림) 상에 실명으로 천샤오우가 오랜 기간 성폭력을 범하고, 이에 맞선 행위들을 단속해왔다고 폭로했다. 1월 14일, 천샤오우에게 주어진 ‘창장학자’라는 칭호는 철회되었고, 이 때부터 중국 대륙의 미투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황쉐친은 중산대학 장펑(张鹏) 성폭력 사건 등 여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들과 연대했다. 장펑 성폭력 사건 역시 크게 논란이 되어 해당 사건의 가해 교수가 빠르게 정직 처분을 받았다.

황쉐친은 미투운동 외의 다른 운동에도 연대하며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2019년 6월 9일 홍콩에서 범죄인 송환조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이튿날 블로그 형식의 웹사이트인 ‘Matter’에 “나의 ‘반송중 대행진’ 참가기”(记录我的“反送中”大游行)라는 제목의 글을 업로드한다.

황쉐친의 홍콩 항쟁 참가기

인권운동단체인 ‘남방 멍청이 모니터링 그룹’(南方傻瓜关注群)에 따르면, 황쉐친은 소셜미디어 상에 “내가 이 글을 썼다는 이유로, 오늘밤 광저우의 경찰들이 우리 집으로 들이닥쳐 가족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부모님이 크게 놀라셨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후 황쉐친은 ‘사회질서교란죄’(寻衅滋事罪) 명목으로 광저우 공안국에 의해 체포되었고, 몇 달이 지난 2020년 1월 17일에 풀려났다.

그런데 당국은 그 이후에도 황쉐친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2021년 9월 19일 오후3시경, 황쉐친과 그의 절친한 친구 왕젠빙(王建兵)이 광저우 경찰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 두 사람의 혐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가, 6주가 지난 11월 5일 광저우 공안국 경찰 발표에 의해 둘에게 “국가 정권 전복 선동” 혐의가 지목되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중국 치안관리처벌법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시 미란다 원칙(범죄사실의 요지, 체포 이유, 변호사 선임의 권리 고지 등)을 고지할 의무가 없다. 변호사 선임권고나 변명할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으며,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도 않는다.

본래 황쉐친은 9월 20일에 홍콩 공항으로 가서 영국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광저우 제2간수소에 구금 중이며, 왕젠빙은 광저우 제1간수소의 어두운 감방 안에 갇혀 있다.

광저우 제1간수소

두 사람이 체포된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실은 평소 이들이 왕젠빙의 집에서 잦은 모임을 했다는 것에 있다. 경찰은 왕젠빙의 친구 약 40명의 사진과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이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심문하고 있다. 왕젠빙의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는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오랫동안 차를 마시는 걸 즐겼다고 한다. 그의 또 다른 친구에 따르면 ‘왕젠빙은 친구들을 초대해 사회공익과 자선, 예술과 관련한 교류를 주로 가졌을 뿐, 사회 문제에 대한 토론은 별로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21년 11월 19일 왕젠빙 가족의 요청으로 변호사가 공안국에 서면 접견과 보석 석방 취하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은 이를 모두 거부한다고 답했다.

중국 사회운동계 활동가들은 두 사람을 위한 구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12월 26일 두 사람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새해에는 빛을 보리’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중국 내 여러 도시와 타이베이, 홍콩, 런던, 파리 등에서 전개되었으며, 이 자리에 모인 활동가들은 악의적인 검거에 항의하고, 두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엽서를 작성해 감옥으로 보냈다.

2022년 춘절 연휴 때는 홍콩대학 인근의 케네디시티에서 빅토리아 항만을 바라보면서 홍콩식 애프터눈티를 마시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둘의 석방을 요구했다. 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 두 사람의 건강을 기원하고 석방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황쉐친이 입학 허가를 받고도 오지 못한 런던 서섹스대학교에 황쉐친을 위해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런던에서의 황쉐친 석방 캠페인

2월 말 경에는 55명의 연구자들이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 황쉐친과 왕젠빙의 석방을 요구하는 편지를 주영국 중국대사관에 전달했다. 비슷한 시기 황쉐친-왕젠빙 석방 운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연서명에 함께 하기도 했다.

이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여 황쉐친과 왕젠빙에 연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三八國際婦女節,勿忘獄中雪餅!

2022년 3월 20일에도 두 사람의 체포 6개월을 맞은 성명이 발표됐다. 해당 성명은 반년의 시간을 돌아보면서, 두 사람에 대한 체포가 부당하며, 이 체포에는 2015년 페미니스트 5인방 사건(女权五姐妹), 709인권변호사 사건, 123명의 노동자 사건, 2018년 자스커지 노동자·학생운동 등 대규모의 정치적 체포 등으로 점차 파편화되고 있는 중국의 시민사회 네트워크 성장을 억압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3월 27일, 황쉐친과 왕젠빙은 모두 광저우 제1교도소로 이감됐다. 중국 형법에 따르면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예상되는 사건의 경우, 경찰은 억류기간을 최대 5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사건의 기소의견, 서류, 증거 등을 보충해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3월 27일은 딱 5개월이 되는 날이었다. 이후 국제적인 구명운동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연대는 매우 적은 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구명운동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해시태그 #FreeXueqin #FreeJianbing #midautumnfestival #雪饼加油 을 달고, 영어 또는 중국어로 메시지를 게시하면 된다. 🚃

참고 자료
女权人士、媒体人黄雪琴遭广州公安拘留
黄雪琴、王建兵被捕事件 – 维基百科,自由的百科全书
55名在英女权学者联署声援中国女权姐妹黄雪琴与其友人王建兵
Statement on the Six month Enforced Disappearance and Arbitrary Detention of Huang Xueqin and Wang Jianbing, From Friends
中华人民共和国刑法,中华人民共和国主席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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