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외국인 주민투표는 위험하다?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武蔵野)시(인구 15만 명)의 마츠시타 레이코(松下玲子) 시장이 2021년 11월 19일 무사시노시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이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 후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어났다. 12월 13일, 시의회 총무위원회에서 1차로 가결되었으나, 같은 달 21일에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11표, 반대 14표로 끝내 부결되었다.

마츠시타 시장은 2017년 민진당·일본공산당 등 야당들의 추천으로 시장에 당선됐다. 2021년 10월 재선에서도 자민당 추천을 받은 타카노 코이치로 후보와 경합하여 거의 두 배의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마츠시타 시장은 선거 공약에서 [주민투표조례] 제정을 약속했고, 외국인 주민투표권에 대한 시민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하여 73%의 찬성을 얻었다.

그러나 조례안을 제출하기도 전인 11월 15일, ‘주민투표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유인물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유인물에는 “주민도 아닌 외국인이 시정에 관여하여 행정을 멋대로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주민조례안은 행정 전반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시와 합병될 경우와 같은 주민의 찬반 의사가 꼭 필요할 경우에 한하여 주민 1/4 이상의 동의를 받아 투표를 진행하며, 투표율 50%를 넘겨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사시노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서명 제출 요건 필요 인원의 약 10%, 즉 전체 주민의 2.5%에 지나지 않으므로 외국인이 도시 행정을 멋대로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억측이었다.

한국의 경우 3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주민투표가 가능하다. 또한 주민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20 이상, 1/5 이하의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숫자 이상의 서명으로 주민투표 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주민투표 외에도, 국회는 2005년 이후 지방선거에서 일부 외국인(국내 영주 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해야 함)의 투표가 가능하도록 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장기 거주한 외국인은 2006년부터 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단, 정당들의 외국인에 대한 선거 공약은 아직 미미하다.)

일본은 외국 국적의 주민에게 (법률에 의거한) 지방자치 투표권을 일체 부여하지 않고 있다. 법률이 아닌 조례에 의거한 주민투표권의 경우에도 2002년 시가현 코메하라시를 시작으로 오사카 토요나카시 두 곳에서만 외국인의 주민투표권을 인정한다. 2021년 도쿄 무사시노시에서 세번째로 외국인 주민투표권 조례제정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일본의 극우포퓰리즘 정당 일본제일당(日本第一党)이 무사시노시 이노카시라 공원 인근에서 외국인 주민투표 조례안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부결 과정에서는 우파계의 가두 시위대도 등장했다. 이들은 시의회 건물을 둘러싸 확성기로 ‘혐오발언’을 내뱉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12월 2일자 요미우리 신문에는 “주민투표권을 인정하면 결국 선거권도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는 기사가 보도됐고, 12월 3일자 산케이신문에서도 “(참의원) 법제국이 주민투표는 지방선거권에 필적하는 것이라고 인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법제국 측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이런 반대 발언의 정점은 무사시노 시의회 총무위원 중 하나인 자민당 사토마사히사 참의원의 트윗이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일본 거주 중국인 중 무사시노 인구의 절반인 8만명을 (무사시노로) 이주시켜 시 행정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글을 남겼다.

조례 제정이 부결된 과정에 대해 메이지대(明治大学)의 니시카와 신이치(西川伸一) 교수는 진보 잡지 주간킨요비 칼럼에서 조례 반대파의 반발행태는 전형적인 ‘역사수정주의자’들의 행보인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해 시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데 것”이라며 이들에게 “성공경험을 맛보게 한 셈”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조례안에 찬성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다른 한편, 인터넷 언론들과 도쿄신문에는 조례안 찬성 입장의 연속 기고문이 실리기도 했다. 또, 조례안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외국인에 대한 혐오발언과 가두선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을 발표했다. 페미니스트인 우에노 치즈코 명예교수와 사와지 히사에 논픽션 작가 등 16명은 “외국인 주민의 의사가 시정에 반영됨으로써 지방자치, 주민자치가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타카기 카즈히코 변호사는 조례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찬성의 목소리가 없는 것이 아님을 알아달라고 발언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voice_up_japan’ 이나 ‘freeushiku’ 등 계정들을 중심으로 ‘무사시노시 주민투표 조례안에 찬성한다’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찬성운동을 벌였다. 🎈

작성 : 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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