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 푸틴의 부당한 침략 전쟁과 미국의 패권정책 모두에 맞서 저항하자

📂편집주: 이 글은 지난 3월 11일 서울 정동에 위치한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행동 주최 반전집회에서 한 플랫폼c 활동가의 발언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지난 2월 24일 새벽5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 3월 17일 기준 어느덧 3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개전 초기 러시아군은 금방이라도 키이우(키예프)를 함락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거세고, 러시아군의 준비가 허술했다는 사실이 전쟁 전개 상황 속에서 밝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우크라이나 전황은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언론 보도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전황 속보를 스포츠 중계를 보듯 전해듣다보면 이내 비참한 기분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사이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과 비극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0일 미국의 한 언론사가 인용한 정부 관료의 말에 따르면, 보름동안 러시아군 6천여 명이, 우크라이나군 4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보름만에 최소 1만 명의 병사들이 죽은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사망자수를 1만35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16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3주 사이 전장에서 사망한 러시아 군인 사망자수가 약 7천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언론 보도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의 추산과 영상,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종합한 수치다. 실체가 어찌됐건 두 나라의 무수한 병사들이 푸틴의 잘못된 결정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군인만 죽어가는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9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민간병원마저 파괴했다. 이 폭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10일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숨진 민간인이 516명이고, 이 가운데 어린이는 37명이라고 한다. 또, UN 인권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30만 명의 난민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가 인근 국가로 피난을 떠났다. 

피난을 떠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크라이나 통계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270만 명의 장애인들이 있다. 2월 24일 유럽장애포럼(EDF)이 “우크라이나 내 장애인 당사자들이 끔찍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이들의 안전 및 보호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키이우의 장애인들은 대피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에 있을 수밖에 없고, 거주시설 장애인은 이미 지역사회와 단절되어 배제되어 이도저도 못한 채 전쟁 공포에 떨고 있다. 이렇듯 우크라이나 민중의 삶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 

침공 직전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본래 제대로 된 국가를 형성한 적 없다고 말하면서,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우리가 키이우라고 부르는 땅에는 이미 10세기 12세기부터 키이우 루스 공국이 자리잡고 있었고, 훗날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의 역사적 기반을 형성했다. 그 정통성이 러시아로 옮겨졌기 때문에 이 실체와 오늘날의 우크라이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유라시아주의나 러시아 중심적인 사고에 불과하다. 민족정체성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축적된 집단 기억에 의해 만들어지며, 민족이란 역사·문화·혈연 등으로 공동체에 함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 어떤 공동체를 구성한 사람들이 집단적이고 역사적인 기억을 갖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세계 역사에는 변경의 민중들이 존재해왔고, 그들 역시 자기 역사의 주체였다. 수백년 전 폴란드-리투아니아인들은 이 지역을 “변경에서(o krai) 수립된 나라”(변경의 나라)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이는 ‘우크라이나(Ukraine)’의 이름이 됐다. 우크라이나는 주변 패권 국가들에 밀려 ‘강력한 국가’를 만들지 못했지만, 단순히 ‘나라 없던 민족’으로 치부될 수 없는 역사를 거쳐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를 만들며 살아왔다. 푸틴은 경멸하듯 비난했지만, 100년 전 러시아의 혁명가들이 우크라이나 민족의 자주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니 푸틴의 말은 침략과 지역패권주의를 포장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생페테부르그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TV 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Sergei Mikhailichenko)

우크라이나 하늘에 미사일이 쏟아지기 사흘 전인 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독립을 승인하는 법령에 서명하기 전에 1시간 넘게 헛소리로 가득한 연설을 했다. 그의 메시지는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틴은 “현대 우크라이나는 볼셰비키 정책의 산물인 만큼, ‘레닌의 우크라이나’라고 불릴 만하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 자체를 부정했다.  

역주 : 볼셰비키 정책의 산물이라니 무슨 말일까? 1922년 전쟁이 끝나자, 당시 혁명 러시아에서는 혁명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레닌은 러시아 연방을 포함한 모든 사회주의 공화국들이 평등 원칙에 따라 연합해야 하며, 연맹에서 탈퇴할 권리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자치권만 부여하고 탈퇴를 자유롭게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 스탈린식 ‘자치화 방안’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당시 레닌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스탈린 등은 “레닌은 소민족주의를 용인한다”며 비난했다. 결과적으로 스탈린은 레닌의 연방제 방안을 받아들였다. 이번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설에서 푸틴은 2013년 말 당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가 레닌 동상을 철거한 것을 상기하며 이렇게 협박했다. “반공주의를 원하는가? 그건 우리가 전문이다. (…) 우크라이나에게 진정한 반공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소련 헌법에 국제주의 원칙을 기입했던 자국의 과거를 비난하며 반공주의적 수사로 우크라이나 침략을 정당화한 셈이다.

러시아의 군사 패권은 우크라이나 민중의 평화를 위협하는 직접적 원인이다. 나아가 우리는 그 이면에 있는 미국과 NATO의 동진 정책이 저질러온 오류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다.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상충하는 약속을 맺었고, 그 귀결이 동유럽에서의 전쟁 위기를 높여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및 국제관계학자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러시아가 더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가 그런 더러운 짓을 하도록 몰아 세운 것은 미국’이라며, 미국 정부에게 분명한 전쟁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러시아와 미국 간 패권 대결 속에서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우크라이나 민중의 생존만이 위협받을 뿐이다.  

한데 난점은 단순히 “미 제국주의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납작하게 인식하도록 유인한다는 데 있다. 19세기에 이르러 ‘변경’이라는 상대적 위치로 명명된 ‘우크라이나’는 언제나 가난한 민중들이 살아가는 터전이었고, 그곳에서 우크라이나 민중이 나름의 독립성을 견지하며 민족공동체를 만들어온 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20여 년 전 미 정부가 한 약속 때문에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토의 동진 정책이나 푸틴의 대유라시아주의 패권정책 등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고조시켜왔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 가운데, ‘반전평화운동’의 대열을 형성해 행동하는 것 뿐이다. 서로 대립하는 여러 요인들을 함께 직시하고, 지금의 전쟁을 시급히 종결시키며, 나아가 이 과정이 이후 세계를 군비 경쟁의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길은 오직 우크라이나 민중들이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 러시아와 세계 시민들의 반전 운동이 함께 만들 대중적이고 국제적인 반전 평화운동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푸틴의 무자비한 침략 직후 러시아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비록 침략 국가의 경계 안에 있지만 잘못된 전쟁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불과 보름 사이 1만 5천 명의 시민들이 전쟁반대 시위로 체포됐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전국 150여 개 도시 곳곳에서 자국 대통령의 침략을 비판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서방 국가들은 국영은행 고위 관계자의 해외 자산 동결과 러시아 은행들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제외 등 경제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이것이 푸틴의 전쟁을 멈추는 데에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제재 대상이 된 금융기관 대부분이 소규모 은행이고, 러시아 국책은행의 서방 시장 투자 규모가 낮은데다, 러시아는 국가 부채비율(2021년 기준으로 18%)이 낮고 외환보유고(6천350억 달러) 역시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한편으로 루블화를 통한 대외부채 상환을 고집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가 수출하는 에너지 가격도 급등했다.

러시아 내 식품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러시아 시민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한다. 러시아연방통계청(Rosstat)에 따르면 러시아 물가는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식품 가격은 2월 26일 이후 3월 4일까지 10.4% 급등해 1998년 모라토리움 선언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의약품과 가전제품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러시아의 자본가들은 자기 이익 챙기기에만 바쁠 뿐, 아무도 반전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시민들은 반전평화 운동을 계속하고 있고, 이는 푸틴에게 가장 큰 위협임에 분명하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 하는 이유다. 

지난 3월 6일 러시아 전국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시위가 벌어져 수백 명의 시민들이 체포됐다. EPA/ANATOLY MALTSEV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나 정치권력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평화는 국경이 나눈 이해관계를 초월한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에게 어떤 국익이 될지는 몰라도, 시민들의 이익은 아니다. 이를 알고 있는 러시아 시민들이 지금 우크라이나 민중과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세계사에는 아름다운 영광도 있지만, 야만과 전쟁도 있다. 그 야만의 역사를 멈추게 한 것은 언제나 세계적인 반전 운동이 불러온 대중의 힘이었다. 베트남 전쟁 시기 반전운동이 그러했고, 이라크 전쟁 시기의 반전운동이 그러했다. 항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이래서 국가가 강해져야 한다고, 이래서 군비를 증강하고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군사력이 두 번째로 강한 러시아가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키고 있나? 러시아 군인 수천 명이 죽어가고 있다. 세계 군사 최강대국 미국 역시 지난 세기 내내 전쟁을 하지 않은 시간이 훨씬 적었다. 군비 증강은 평화를 지킬 방법이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모이기 힘든 시기다. 하지만 우리의 반전 평화 열망은 뜨겁다. 우리 주변의 베이징에서도, 타이베이와 가오슝에서도,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도 그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힘을 이어가자. 동아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전쟁에 맞서 저항하는 사람들, 권력자들의 쟁탈전에 맞서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길을 복기하고 이어나갈 때다. 📌


#플랫폼C #월례포럼 “전쟁은 이제 그만!”✊🏾🔥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세계대전의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민중이 집을 떠나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시민들은 푸틴의 침공을 규탄하고 전쟁을 멈추게 하기 위해 연일 반전 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만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됐다고 합니다. 3월 월례포럼에서는 이 전쟁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보고, 한국에서 반전운동을 확대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일시: 2022년 3월 27일(일) 오후2시
🎈장소: 서울 망원동 플랫폼C + ZOOM ONLINE
🪑참가: https://bit.ly/stop-ukraine-war
💸참가비: 5,000원 (플랫폼c 회원은 면제) | 우리은행 1005-203-964648 플랫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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