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언론통제를 뚫고 나온 대륙의 전쟁반대 목소리

중국 | 언론통제를 뚫고 나온 대륙의 전쟁반대 목소리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 대륙에 사는 14억 명의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처럼 출근하고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부나 극단적 애국주의자들과 같다고 치부할 순 없다.

2022년 3월 30일

[동아시아]중국대륙동아시아, 중국, 국제주의, 반전평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자 국내 언론에서는 중국에서 이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가 이어졌다. 이번 전쟁의 향배가 양안(중국대륙-대만) 관계의 불안정성을 겨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시민사회와 언론 지면에서는 중국공산당이 ‘양안 통일’을 일관되게 주장하는데다 지난 몇 년 사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만큼, 자칫 대만 침공이 이뤄지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키이우에 위치한 중국대사관 측은 우크라이나 내 자국민들에게 차량에 중국 국기를 게양할 것을 권고했다가, 이틀 뒤 “쉽게 신분을 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대사관 방침이) 48시간만에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그 사이 중국의 소셜미디어 상에 나도는 푸틴의 호전성과 남성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듯한 농담 섞인 밈(meme)이나 우크라이나 여성을 상대로 한 역겨운 농담들이 우크라이나 시민사회로 퍼져 반중국 정서가 급격하게 고조됐기 때문이다. 전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도시 내에서 중국 국적자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 목숨을 구하는 방법이기는커녕, 오히려 성난 우크라이나인들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구 언론에서 화제가 된 이런 악성 네티즌들의 밈과 농담들이 중국인 모두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살피는데 있어 정부의 입장이나 극단적인 발언들에 집중하는 것만큼이나 일반적인 여론을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중국대륙은 언론 통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여론을 살핀다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 대륙에 사는 14억 명의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처럼 출근하고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부나 극단적 애국주의자들과 같다고 치부할 순 없다.

전쟁에 박수 치는 이들은 모두 머저리들

중국대륙의 인터넷 세계에서 처음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탕이쉐이(唐一水)가 쓴 “전쟁에 갈채를 보내는 이들은 모두 머저리들이다”(为战争叫好的都是傻逼)이다. 이 글에서 탕이쉐이는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의 깨끗한 책상 위에서 ‘전쟁이 아니라 특별행동에 불과하다’고 떠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동시에 “멀리서 흘러나오는 통곡 소리를 듣지 못한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푸틴 대제를 위해 2022년 세계에서도 여전히 대제가 자랑할 만한 사람이라는듯 찬가를 부르기 시작했다”며, “모조리 머저리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족주의와 대국 게임의 웅대한 서사는 이미 그들의 최후의 인성마저 쥐어짠다”며 제국주의로 둔갑한 중국 내의 정서를 비판하고, “루블화 가치절하와 과두통치 하 러시아 국민”의 상황을 상기할 때 이 전쟁에 환호하는 입장이 우크라이나 민중과 러시아 민중 모두에게 해악이 될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며,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승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길게 서술했다.

“전쟁은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쇼파에 앉아 SNS를 훑는 것도 아니고, 위챗 모멘트(타임라인)에 뒤죽박죽 올라온 게시물도 아니다. 그것은 무덤 없는 시체들이며, 총기 앞에 서 손 들고 울고 있는 어린아이이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병사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이다.”, “막상 전쟁이 시작되면 죽은 이들의 이름이 하나씩 펼쳐지고, 확실한 굶주림이 당신의 몸을 찢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죽음마저 각오하고자 했던 영광과 구호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지정학이나 민족 간 대결 같은 문제들은 모두 그렇게나 중요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다들 그것을 위해 죽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는 듯이 열렬하게 격동한다.” 전쟁의 참상이 가져오는 끔찍한 결과에 대해 강조하는 그의 일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위챗 공식계정에 게시된 그의 글은 얼마 후 삭제되었다.

대가를 치르는 것은 권력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

침공 2일차인 2월 25일에 한 중국인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전쟁의 끝은 제국의 무덤이다”(战争的尽头是帝国的坟墓)라는 제목의 글 역시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킨 글들 중 하나다. 해당 글에서 그는 “러시아의 행위는 국제법상 영락없는 침략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며, 푸틴이 말하는 ‘옛부터’라는 핑계는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신인 키예프 로스 공국은 모스크바 공국보다 훨씬 오래된 슬라브 문화의 기원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그는 러시아 전력이 강하고 우크라이나가 약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전쟁이 러시아군에게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라 예견한다. 현대전의 특성상 러시아에게도 많은 돈이 투여되며 광둥성이나 장쑤성보다 GDP가 낮은데다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까지 감수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하는 이 전쟁을 장기화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끝으로 그는 중국인으로서 이 전쟁을 좋게 여기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전쟁터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은 푸틴의 아들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사람들이며, 무고한 민중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벌어질 때마다 피해를 입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은 예외없이 권력자들이 아닌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보라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앗아갈 뿐이라는 강조는 몇 번이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침공 당일 익명의 한 시민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전해진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전쟁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이 필자는 “전쟁의 종이 누구를 위해 울리는지 묻지 말라. 그것은 평범한 당신과 나를 위해 울린다!”라며,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준다. 바로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어느 도시의 거리를 담은 사진이었다. 俄粉,請節制你的愚蠢

“이 사람들은 무릎을 꿇고 나라를 위해 기도하고 개인을 위해 기도한다. 흉악한 전쟁의 신에 휩싸인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 무력하고 연약해 보여 동정할 수밖에 없다. 당신들이 환호하는 전쟁은 바로 이런 희생들이 이뤄지는 전쟁이다. 연약하고 무력한 보통 사람들이 희생하고 제물이 된다.”

행동에 나선 사람들

전쟁을 둘러싸고 인터넷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나타났다. 2월 26일 새벽,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러시아문화센터 입구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누군가가 붉은색 스프레이로 반전 메시지를 썼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평범한 노동자이며 이름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고 밝힌 이 시민은 낙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낙서에서 그는 “벽 너머의 세계를 보라”고 썼다.

3월 1일 후난성의 개인 활동가 펑페이위(彭佩玉)는 주중 러시아대사관 앞으로 함께 행진해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자고 동료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글을 게시한 후, 반전(反戰) 행진을 벌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여러 외신이 보도했는데, 무슨 일인지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러시아문화센터는 입구에 낙서가 되어있다.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러시아문화센터는 입구에 낙서가 되어있다.

오데사의 의인 왕지셴

처음에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에 체류 중인 아들을 걱정할 고향의 부모에게 안부를 전하고자 촬영을 시작했다. 한데 어느날 왕지셴(王吉贤)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일부 애국주의 네티즌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영상을 보게 됐고, 우크라이나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던 왕지셴은 분개했다. 왕 씨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오데사의 침혹한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흑해를 접하고 있고, 저 유명한 전함 포템킨의 계단 장면이 나오는, 그 오데사에 체류 중인 베이징 출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왕지셴 씨는 천두슈나 리다자오 등 중국공산당 1세대 혁명가들의 이름을 소환하며, 애국애당한다는 사람들의 약육강식 논리를 비판한다. 매일 업로드하는 영상들 속에는 오데사 시내에 울려퍼지는 공습 경보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오데사에 남아있다. Wang Jixian: A Voice from The Other China, but in Odessa

우크라이나에서 왕지셴 씨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얼마든 우크라이나를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기를 거부했다. 전쟁 발발 이후 벨라루스 정부가 중국 여권 소지자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제안했지만,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벨라루스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만난 친구들을 배반하고 싶지 않았고, 잘못된 전쟁에 굴복하고 싶지 않아서다.

지난 3월 9일 중국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내 중국 국적자 6천여 명이 무사히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그 말이 거짓말임을 방증한다.

왕지셴은 오데사에서 사이렌 소리와 총성 소리를 들으며, 매일 위챗에 영상을 올린다. 어떤 사람이 그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관방 언론에 의해 민간의 목소리가 가려지고, 거짓말이 진실로 호도되는 시대에 그의 존재는 그 자체로 미디어가 된 셈이다.

그는 조국의 모호한 입장과 대결하고, 자국 내의 극단적인 애국주의자들의 논리에 대항한다. 러시아의 잘못된 침공에 비폭력 행동으로 대항하고, 자신을 지켜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전쟁 속 인간의 의미를 묻는다.

부끄러움을 공유하며

한편 중국의 어느 국제주의자들도 좌파 매거진 추앙(闯; chuang)을 통해 이번 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국제주의자로서 러시아의 침략에 대해 명백히 반대하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무절제한 확장에도 반대한다”며,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니라, 어떠한 제국주의의 간섭도 받지 않을 우크라이나 인민의 권리”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돈바스(Donbas) 쟁점을 에두르지 않는다. 이들에 따르면, 돈바스 인민들은 “지난 8년간 줄곧 끝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왔다. 따라서 돈바스 민중이 원하는 것은 “무제한의 전쟁 확대가 아니라, 평화”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현지인에 대한 박해”나,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신나치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반문하듯 만약 푸틴 정권이 정말 돈바스 지역민을 보호하고자 했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돈바스 인민의 진정한 대표자들이 위대한 러시아 쇼비니스트들과 푸틴 정권의 배후세력에 의해 죽었는가” 질문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지적하듯 푸틴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은 유럽 극우세력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다. 그러니 푸틴이 주창하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우스갯소리에 불과”하며, 오히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급진민족주의 세력을 강화하고 공고히 할 뿐”이다. “푸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탈공산화’라는 미명하에 단일민족 러시아 제국을 재건하겠다는 자신의 야심을 숨긴 채, 우크라이나의 주권국가 지위와 민족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것”에 가깝다.

나아가 이들은 미국과 서유럽 강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의 진정성과 효과에 대해 반문한다. “우리는 인권을 이유로 툭하면 제재에 나섰던 미국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인종차별 정책을 시행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제재를 하고 있는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또 예멘 침공으로 막대한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제재는 어디에 있는가? 기존의 많은 분석이 지적하듯이 경제제재가 푸틴 정권의 전쟁 기계를 위한 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경제제재가 러시아의 엘리트 권력자들에게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평범한 민중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독재자는 인민들이 고통을 받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숨기지 않는다. “주류 언론의 선전과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는 검열 아래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전쟁과 푸틴의 가장 요란한 지지자로 비춰지고 있는 불행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진보적인 반전의 목소리는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고, 시위 참여자는 처벌을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도덕과 양심을 돌보지 않고 진실과 거짓을 뒤바꿔버린 매스컴을 규탄”하면서, “정부는 다시 또 ‘지록위마(指鹿为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 글의 한글 번역문은 웹진 인무브에 게재되어 있다. 🐎

정리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