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식 ‘5.18 정신’은 죽었다

활동가 인터뷰 여섯번째 주인공은 김설 활동가다. 김 활동가는 2018년부터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임을 통한 4년 간의 위원장 활동 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청년세대의 노동운동과 광주 지역에서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물어보았다. 이번 글은 지난 달 공개한 인터뷰 상편으로부터 이어진다.

지난 인터뷰
김윤영 (상) 12년차 반빈곤 활동가에게 워라밸을 물었다
김윤영 (하) 내가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반빈곤 운동가가 된 이유
박장준 (상) 지역사회운동노조를 표방하는 희망연대노조에서 배운 것
박장준 (하) “노학연대 경험이 내 활동의 견인추”
신지영 (상) 운동이 나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신지영 (하) 내가 나를 ‘활동가’라고 부르게 됐을 때
공성식 (상) 포스트-코로나 시대, 반자본주의적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의 역할 찾아야
공성식 (하) 서로 돌봐주는 ‘규모의 운동’
임민경 (상) 취약한 사람에게도 좋은 환경이 모두한테 좋은 환경
임민경 (하) 오래 활동하려면 내 고유한 삶의 영역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설  (상) 산수동 갑부 청년의 지역·노동운동

광주청년유니온의 일상

플씨 : 2018년부터 4년 간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어떤 목표를 갖고 해왔나요?

: 누군가의 일상에서 저항하는 것의 동인은 여러가지잖아요. 불편함일 수도 있고, 저항일 수도 있고, 공감일 수도 있고, 연대일 수도 있죠. 그런데 이걸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또 사람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장소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예를 들어, 기존의 대학 학생회 같은 공간들이 그렇죠.

저는 청년 세대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문제, 특히 노동권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게 가장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하게 됐죠. 청년유니온이 노동조합이자 커뮤니티의 징검다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에 대한 인식을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할 책읽기 모임도 하고, 교육도 듣고, 캠페인도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거죠. 일상에 마주하는 불편함이나, 박탈된 권리, 사회에 저항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청년들이 찾아오고, 그들이 교류하고, 함께 뭔가를 도모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이요. 그런 공간이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른 하나는 이 공간이 누군가의 헌신이 있어야만 유지될 수 밖에 없다는 문제에요. 광주청년유니온도 조합비(회비)로 운영이 되고 있는 단체인데요. 현실은 매우 열악해요. 처음 시작할 땐 저랑 사무국장이 한 달에 10만 원씩 받고 일했는데요. 지금은 규모가 많이 커지긴 했지만, 그래봤자 월 30만원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이죠.

2018년 광주청년유니온 6기 임원 선거 포스터

플씨 : 공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조직 확대 사업이 필요하잖아요. 조직 사업을 할 때 어떤 관점으로 진행하나요?

: 보통 “중앙”(전국 규모 조직의 상층 단위)에서는 특정 타겟 집단을 정해서 조직 사업을 하잖아요. 예를 들면 ‘올해는 현장실습생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맺고, 현장실습생을 조직하자’라는 게 있죠. 하지만 마냥 그걸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현실적으로 조직 확대가 힘들어요. 결과적으로 저희 상황에 맞춰서 조직 사업이 이뤄지죠. 특히 청년유니온은 일반노조(업종이나 사업장 중심 노조가 아닌, 개별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노동조합)라서, 한 곳에 집중할 사업장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현안에 따라 대응하는 비중이 훨씬 크죠. 

예를 들면 광주청년유니온이 연대해 온 현안 중에서 광주시립극단 문제가 있는데요. 이 극단 배우분들이 가입을 한다든지, 화순 노예 PC방 사건에 연대하면서 그 피해자분들이 가입한다든지, 또는 직장 내 괴롭힘 현안이 계속 있는데 그럴 때마다 상담하고 같이 대응하는 분들이 가입하는 식이죠. 그렇게 현안 대응 활동을 하다보면 조직이 확대되는데, 그렇다고 연대 활동 자체를 조직 확대의 목표를 두고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지역사회에서의 관계설정이 가장 중요해요. 연대 활동을 계속하며 만나는 분들께 일시후원을 요청해서 한 번에 5만 원 10만 원 주는 건 오히려 흔쾌히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한 달에 1만 원씩 꾸준히 후원가입을 해달라고 부탁하면 부담스러워 하죠. 그래서 한 번의 연대로 되는 게 아니고, 몇 개월씩 계속 만나고 같이 일하면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하죠. 그런 뒤에야 가입서를 들고 가서 “후원회원으로 가입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그제서야 해주죠.

조합원 같은 경우에는 후원회원 가입만큼 어렵진 않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관계맺음을 통해 조직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어렵게 조직하면서 4년간 두 배 정도로 커졌어요.

플씨 : 현재 조합원은 100명 가량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주로 어떤 분들이신가요?

: 청년유니온 조합원 가입은 만 15세에서 만 39세 사이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능해요. 취업 형태나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죠. 그래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하기 조금 어렵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지 않아요. 한국어 강사도 있고, 디자인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있고,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시는 조합원도 있어요. 아르바이트도 있고, 계약직도 있고, 취업 준비 중이거나 ‘니트’(NEET;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에 계신 분들도 많죠.

가입은 다양한 관계맺음을 통해서 이뤄져요. 노동조합에서 나들이도 가고, 건강 소모임도 하거든요. 등산 모임을 통해 오는 분들도 있고, 노동 강연회를 통해 가입하기도 하죠.

이처럼 커뮤니티 모임을 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면, 동명동 청년공간 ‘틈’을 광주청년유니온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같이 만들었는데요. 회원들이 같이 빈 집을 고치고 꾸몄죠. 최근에는 미얀마 연대 집회에 나갈 때 조합원들에게 연락을 해서 스무명씩 같이 가기도 했어요. 그런 계기를 통해서 유니온이라는 공동체를 찾아오는 분들이 가입하고 있어요.

소소한 번개나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해요. 한 번은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서 한 통에 30만원 하는 무등산 수박을 사봤어요. 광주 대표 명물이라는데, 너무 비싸서 아무도 먹어본 사람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백화점에 가서 30만원짜리를 먹어봤는데 정말 맛이 없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일상적으로 먹는 과일이 아닌 약재로 쓰는 거라서 비싼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런 소소한 기억도 조합원들끼리 함께 만들어가요.

무등산 수박의 가격을 듣고 놀라는 김설 활동가(아님)
“광주형 일자리, 가능성은 있었지만 개입에 실패”

플씨 : 민감한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광주형일자리’ 문제는 노동계만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에서도 큰 이슈잖아요. 문재인 정부는 핵심 성과 중 하나로 포장하고 있기도 하고요. 반면 한계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설 : 저희는 들어가서 싸우자는 입장이었는데, 그나마 저희가 있어서 노사민정협의회가 회의다운 회의를 하긴 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들어가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운영이 완전 날림이었죠. 1년에 두세 번 회의를 하는데, 회의 전날에 전화해서 다음날에 회의한다고 알려줘요. 안건이 뭐냐고 물으면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당일 회의장에 가도 아무런 회의자료도 없이 회의를 했고요. 그래서 처음에 엄청 항의를 했죠. ‘이딴 식으로 회의하는 데가 어딨냐. 청년유니온 회의할 때에도 사전에 안건지 공유를 한다’라고 말이죠. 이보다 더 어이없던 경험은 안건도 명확하게 없는데다, 논의 구조도 없고 표결도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플씨 : 박수로 인준하나요?

설 : 네. 표결을 하지 않고 무조건 만장일치에요. 그리고 다 같이 박수 치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요. 그러다보니 한계가 명확했죠. 1년에 회의가 몇 번 안되다 보니 회의 때마다 중요한 쟁점들이 있어요. 한 번은 ‘이번에도 날림으로 진행하면 사퇴하고 바로 기자회견 한다’는 구상을 하고 들어간 적도 있어요. 그렇게 2년 간 저희가 항의하고 나니, 최소한 안건은 가르쳐주더라고요. 사전에 공무원들이 직접 찾아와서 안건을 하나하나씩 설명해 주기도 하죠. 그렇게 했는데도 아직 표결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어요.

2019년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석한 김설 위원장 (가장 왼쪽)

플씨 : 광주형일자리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 중에서는 현대차와 지방 유지들이 공유하는 노동혐오, 반노조정서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도 있더군요.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는 노조 문제 관련해서 ‘사상 검증’하는 질문도 나온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또, 현대차 자본이 노조 파괴 공작으로 유명하잖아요. 현대차 부사장을 지냈던 박광식이 여전히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이사로 자리 잡고 있고요. 사회적 대타협과 상생 얘기를 하면서 적나라한 반노조 정서를 드러내는 기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설 : 박광태 대표이사는 광주광역시에서 최초로 연임을 한 시장이기도 하고 임기 당시 저지른 비리로 유죄판결까지 받은 인물이에요. 지역 인맥 정치의 정점에 있죠. 이 사람은 노사민정협의회 내에서 대표적인 사상 검증, 반노동 발언도 대놓고 해요.

그런데 실질적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박광식 이사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걸 알아요. 회의체에서는 조용히 있지만,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약하는 정책들은 이 분이 계획하죠. 그리고 현대차 자본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는 그저 현대차 자본의 요구에 맞춰주고만 있어요. 처음엔 시민사회에서 박광태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모임을 만들었거든요. 그때 광주청년유니온도 함께 연대해서 참여했죠. 한국노총에서는 박광식과 관련된 문제 제기를 가장 강하게 했었었죠. 근데 결국에는 둘 다 실패했어요. 

이 상황에 대한 저의 평가는 첫째, 저질 정치의 무능이 만든 상황이라는 것이고, 둘째로는 “운동의 실패”라고 생각해요. 저는 박광식과 박광태를 그 자리에 앉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주노총도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원론적 반대만 하며 논의 테이블에서 빠졌죠. 물론 반대에도 타당한 이유가 있어요. 중규직 양산과 완성차 공장 전반의 임금하향화에 대한 우려, 녹색산업으로의 전환 필요성,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담론 등 분명히 타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광주를 지배하고 있는 지배권력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 원론적 반대 입장만 내놓는 것이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번 사안은 아니었다는게 제 판단이에요.

저는 광주광역시 예산이 500억이나 투자되고 사업이 시작된 시점에는 공공성을 요구하며 기업 운영과 인사에 개입하지 못한 것에 우리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요. GGM의 1대 주주가 광주시 산하 그린카진흥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상법상 주식회사라도 분명히 설립 취지에 맞게 공공성에 기반한 운영을 요구하며 다음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었어야 해요. 

노사공동경영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새로운 실험이나 상상으로 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운동 세력이 앞에 놓여진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현대차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면 현재와 같은 형태보다는 개선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적정임금수준이 3500만 원이니 4천만 원이니 같은 임금 액수가 얼마냐는 부분에 대해서만 토론이 됐죠. 실제 지역사회에서 개입이 전혀 안 이루어진 점은 아쉬워요. 

개입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었는데 2년간 실현하지 못했죠. 이제는 캐스퍼 생산이 시작됐기 때문에 공장 안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GGM 및 광주시와 싸우는 것이 남았어요.

광주청년유니온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 오월의 숲 서점에서 인터뷰 중인 김설 활동가

플씨 : 한국노총 소속으로 얼마 전 빛그린산단노조가 출범을 얼마 전에 했죠. 사회적 타협을 만들려면 노조 역시 사회적 수준의 힘을 갖고 있어야 할 텐데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설 : 근본적으로는, 다른 무엇보다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조직화가 이뤄지느냐가 문제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출범한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기 때문에,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자체적으로 조직사업을 하지 않을 수 없어요. 1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사업장이니까요. 복수노조가 생길 경우 어떻게 갈등을 지혜롭게 풀고 내부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만들어 나갈 지가 관건입니다.

플씨 : 그럼 광주청년유니온은 앞으로 무엇을 기획하고 있나요?

설 : 광주광역시 안에서도 동구, 서구, 북구, 남구, 광산구 이렇게 지역별로 각자 마주하고 있는 어떤 문제들이 있잖아요. 지역별로 사회적 가치나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단체들도 있어요. 이들과 ‘진짜 사회적 대화’를 할 수는 없을까요? 돌봄이나 배달과 같이 노동의 가치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거나 권리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를 시에서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광주의 청년만 하더라도 44만 명의 4분의 3은 일을 하고 있고, 4분의 1은 지금 구직 중인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일정 비율의 인구에게 최저임금의 일자리를 명확하게 보장하면 민간 시장의 최저임금 이하의 일자리는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이들에게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니트나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청년들에게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노동을 제공해 주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장록습지 문제라든지,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문제라든지 지역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해 심층조사를 맡길 수도 있죠. 쓰레기 문제에 대해 효율적인 처리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거에요. (광주시 입장에서) 현대차에게 500억을 주면서 일자리 만들라고 ‘읍소’까지 했는데, 시가 나서서 지역의 의지있는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들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요?

광주청년유니온이 할 수 있는 일

플씨 : 광주 지역에도 여러 노동조합들이 있죠. 광주청년유니온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세대 커뮤니티가 섞여 있는 느낌이에요. 광주청년유니온만의 강점 혹은 약점이 뭔가요?

: 덩치가 너무 크면 작은 일에 신경을 쓰기가 어려워요. 그런 공백을 저희가 채우죠. 광주청년유니온은 특별한 사업장이 없는 게 단점이자 장점이에요. 큰 사업장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정기적인 교섭 등이 없기 때문에 수시로 현안을 중심으로 대응해요. 광주청년유니온에 상담이 들어오는 분들은 대부분 다른 데 다 알아보고 해결이 안돼서 오시는 분들이에요. 직장갑질119 광주 상담채널 중 하나가 저희 광주청년유니온으로 돼 있기도 해요. 

예를 들면 다른 공공기관이나 광주시노동센터 같은 데나 노동조합에 연락해 본 후에도 도움을 얻기 힘든 분들이 있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상담이 들어오면 직접 대면 상담을 하고,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해요. 그리고 이슈파이팅을 해야 한다면 함께 이슈파이팅을 하고, 안된다면 법률적인 절차를 돕는 활동을 펼치죠.

대규모 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큰 사고가 나면 지역사회의 시민단체와 큰 노동조합들이 연대체를 꾸려서 대응을 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벌어지면 몸집이 큰 곳들을 직접 움직이게 하는데에 어려움이 분명 있어요. 청년유니온은 그런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먼저 손을 뻗어요.

플씨 : 세대별 노동조합으로서 갖는 대표성도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나요?

: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보편적인 노동 문제에서 대표성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문제 같은 거요. 그래서 노사민정협의회, 각종 광주시 청년정책 TF, 위원회 같은 테이블에 협상하러 갈 때 청년유니온에게 청년노동의 대표성을 인정하는 측면이 있죠.

올해 광주시에서 청년 코로나 실태조사를 진행했어요. 결과가 정말 처참하더라고요. 소득의 3분의 1이 줄고, 실업 상태에 놓인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기존에 실업 상태에 놓여 있던 분들은 고용 지표가 개선됐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어쩔 수 없이 36시간 미만, 혹은 5인 미만 사업장 등 불안정 노동으로 뛰어든 거였어요. 그래서 채무가 늘어나고, 심리적 우울 같은 코로나 블루 현상이 훨씬 더 심각해졌어요.

광주시는 코로나19 청년 대책으로 내놓는 게 소상공인들한테 청년들을 채용하는 비용을 지원한다는 게 전부더라고요. 그럴 때 간담회나 TF에 가서 청년담당자를 만나서 요구하는 역할을 자임해요. 저희 말고도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청년정책네트워크와 같은 청년 단체들하고 같이 들어가서 요구하면 목소리에 더 힘이 실려요.

플씨 : 반면 자기만의 고정된 현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도 많을 것 같아요.

: 맞아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단체협상을 한 적은 없고 사회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제를 찾아야 해요. 얼마 전에도 북구청의 위탁을 받아서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를 400명 정도 했어요. 그렇게 하면 노동 실태 등은 파악을 할 수 있고, 현안 상담이 들어오면 대응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직접적으로 조합원을 집단적으로 조직하기는 힘들죠.

2020년 5월 광주 하남산단 폐자원 재활용 업체인 (주)조선우드에서 27살 청년이자 장애인노동자였던 김재순 노동자가 파쇄기에 몸이 끼어 죽었다. 관련 기자회견 모습
조직과 세력이 함께

플씨 : 방금 이야기하신 바에 따르면 특정 사업장을 대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보다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자체와 협약을 하는 방식으로 개입을 하는 것 같아요. 민간위탁사업도 활용하는 것 같고요. 자원 동원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기야 하겠지만, 지자체 혹은 민주당의 시민사회 흡수가 문제가 될 것 같고, 서울에선 그런 우려가 상당합니다.

설 : 저는 (사회적 교섭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때로는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지자체 활용인지, 아니면 운동적 가치나 실제 시민들의 권리를 쟁취하는데 그 자원을 활용하는 것인지 구분하고, 후자일 때만 활용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죠.

많은 사례를 보면, 안타깝게도 개인들이 (조직을 버리고 개인적 결단으로) 떠나는 거죠. (이와 달리) 조직적으로 같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공의 자원을 활용하는 순간 포섭되는 것은 아니겠죠. 저희(광주 청년유니온)가 지자체와 사업을 한다고 해서 광주시하고 친화적으로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실적으로 (광주 같은) 지역에서 단체를 운영하고 사업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이 너무 많아요. 청년유니온은 동구청 청년공간사업이라든지, 북구청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등을 수행했죠. 이번 주에도 청년유니온 교육을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 하고요. 이곳도 광주시청 위탁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다행히 청년유니온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공간대여 부담을 덜었죠. 

광주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다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청 혹은 의회로 들어가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 자체로 비판해야 하죠. 그런데 그것을 넘어, 실제 그 사람이든 그 사람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든, 그 세력이 어떠한 종류의 사회적 요구와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지자체의 자원을 통해 사회운동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하겠고요. 두번째는 (개인의 이동이 아니라) 조직과 세력이 함께 결의하는 것이어야겠죠. 그럴 때에만 그런 포지셔닝은 “포섭”이 아니라 “활용”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광주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있고, 이 때문에 노사민정협의회가 있는데요. 지방변호사협회, 직능단체, 경총 등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집단은 다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들은 죄다 현대자동차, 광주광역시, 한국노총의 세 주체가 결정한 것을 두고 박수만 치는 허수아비들이에요. 지역사회에서의 사회적 대화라는 게 광주에서조차 얼마나 열악한 지 알 수 있죠.

사측, 지자체, 노동측, 시민사회가 다 모이는 자리가 사회적 대화인데요. 거기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이 도시의 일부가 어떻게 운영될지 결정되죠. 그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제동을 걸기 위해선 그 판에 개입하고 딴지를 걸어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해요.

2019년 제 2회 광주퀴어문화축제 무지개 깃발과 함께 5.18의 가장 상징적인 거리 금남로를 걷는 중
오늘 광주에 ‘5.18 정신’은 없다

플씨 : 지금 인터뷰 중에 광주 지역의 여러 단체 이름들이 나왔잖아요. 또 (인터뷰가 이뤄지는) 이 건물(오월의숲)도 여러 단체들이 입주해 있는데요. 이처럼 지역운동 내에서 연대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도 화순 노예PC방사건이나 광주시립극단 직장내괴롭힘 등 다양하게 연대를 하고 있더라고요.

설 : 현실적인 답이 있을 거고 이상적인 답을 드릴 수 있어요.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답변은 역시 뭉쳐야만 살 수 있다는 거에요. 예를 들면 광주 화순노예 PC방사건이나 광주시립극단 직장내괴롭힘 같은 건들을 개별 단체가 현안 대응을 해서 해결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광주화순 노예 PC방 사건은 20대 남성 10명 가량이 수개월간 감금되어서 하루 16시간씩 강제노동을 하고 폭력과 협박에 시달린 엄청 큰 사건이에요. 당연히 대응을 하긴 해야 되는데, 광주청년유니온만으로는 전문성 크지도 않고, 세력이 큰 것도 아니다 보니까 이 문제에 공감하고 함께해 줄 수 있는 단위들에게 돈을 걷는 대신 일을 우리가 하는 방식으로 활동해나갔어요. 이외에도 광산구 ‘해양에너지’에서 벌어진 직장괴롭힘으로 인한 자살문제, ‘조선우드’ 에서 일하다 파쇄기에 끼어 돌아가신 김재순 노동자 등 산재에 대해 대응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이게 광주 전남 지역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수한 뭔가라고는 생각이 되진 않아요. 서울이나 광주만이 아닌 어느 지역에서나 다 운동단체들이 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이상적인 측면에서는 ‘5월 정신’이라는 말이 있겠죠. 그런데 저는 ‘5월 정신’이란 말에 대해 각 주체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해석을 기반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광주만의 뭔가가 있다라고 특별하게 신격화하고 싶지는 않아요. 민주당처럼 5월 정신을 소비하기만 하고 소모적으로 가져기만 하면 그건 왜곡된 정신이에요. 그럴거면 차라리 5월 정신은 없다고 하는 게 맞아요. 

중요한 것은 1980년 5월에 우리가 들었던 그 횃불이 밝혀야 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묻는 것이겠죠. 구체적인 주체를 호명해야 해요. 이주노동자, 성소수자,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져 있는 청년 노동자들, 빚더미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을 호명하는 게 필요해요. 보편적인 시민권을 이 시대의 광주 시민들에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부여할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움직이는 것. 그게 ‘5월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김설 활동가는 2월 말을 끝으로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임기를 마친다. 앞으로도 그는 광주 지역을 기반으로 어떤 사람들을 조직할 것인지, 누구의 권리와 함께 연대해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구체적 현장은 ‘광주’라는 지역이다. 넘치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대안을 발굴해 나갈 그의 길을 응원한다.

김설 활동기 인터뷰를 끝으로 활동가 인터뷰 시즌1을 마친다. 미약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보여준 많은 호응에 감사드린다. 봄과 함께 찾아올 시즌2에서도 계속해서 진지한 활동가들을 만나, 우리 시대의 사회운동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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