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 청년 기후정의운동가들, 권위주의 정부에 책임을 묻다

이 글은 동남아시아의 몇몇 외신에 실린 기사를 종합해 작성됐습니다.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東動(동동) 2022년 1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싱가포르의 청년 기후정의 운동가들이 정부에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기후정의 활동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우치윈(Woo Qiyun)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그린 그림을 올려 싱가포르의 극한 날씨에 대한 과학적 원인을 해설한다. 그는 약 12,000명의 팔로워들에게 기후위기의 긴급성을 강조하는 활동을 펼치는데, 점차 많은 싱가포르 청년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활용해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회의(COP26)에 참석한 환경부 장관 그레이스 푸(Grace Fu)는 싱가포르 정부가 현 기후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꺼리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9월까지만 해도 싱가포르 정부는 기후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상 높게 제한하는 2015년 파리협정에 충족하기 위한 노력에 “매우 불충분”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기후위기의 티핑포인트로 간주되는데, 이상기후가 만연해지면 전 세계는 생태적 재난을 마주하게 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후행동 추적기(Climate Action Tracker)가 높은 인구밀도와 대체에너지 자원에 대한 제한된 접근 등 싱가포르의 ‘독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변명할 뿐이다.

싱가포르의 청년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정부의 늑장대처에 비판적이다. 우치윈 역시 “기후위기에 대한 싱가포르 청년들의 긴급 요청”이라고 이름지어진 기후 서약의 공동 저자다. 싱가포르기후센터와 청년단체들의 폭넓은 공동 작업으로 기획한 이 서약은 2025년 이전의 탄소배출 정점 등에 대한 긴급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태미 간(Tammy Gan)은 정부가 훨씬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녀는 권역 내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싱가포르가 COP26에 참석해 펼친 활동은 “책임성을 완벽하게 기각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한 태미는 인스타그램 계정 @tammy_online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기후정의와 탈식민지화에 대한 인포그래픽 설명자료를 게시한다. 태미 간의 관점에 COP26은 효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을 홍보한 것에 불과했다. 많은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이 회담이 “그린워싱의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는 어떤 참가국보다 많은 산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청년 활동가들이나,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마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이나 많은 민중들은 회의장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싱가포르 역시 화석연료 산업에 속박돼 있다. 태미 간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녹색 성장 경로”에 대한 싱가포르 정부 당국의 지지를 언급하면서,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체제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비즈니스와 기후 모두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잘 할 수는 없어요!”

지난해 3월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싱가포르를 보다 녹색으로, 보다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 것”이란 비전을 내세운 ‘그린 플랜’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노드 토마스(Vinod Thomas) 리관유공공정책대학원(LKYSPP) 초빙교수는 이 플랜이 내세운 기후위기 대응 목표가 “매우 취약하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95%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에서 나오고 있다.

기후행동 추적기(Climate Action Tracker)에 따르면, 이 계획을 완전히 시행될 경우 싱가포르는 배출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게 되지만, 이마저도 파리협정 수준의 2배에 달하는 섭씨 3도(화씨 5.4도) 온난화와 일치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기후정의 활동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싱가포르의 정치적 상황에서는 꽤나 민감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어떠한 종류의 정치적 행동도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정치 발언이 허용된 유일한 장소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홍림공원(Hong Lim Park; 芳林公園)의 ‘발언자의 모퉁이(the Speaker’s Corner)’라는 장소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이곳에서 집회를 열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가 필요했다. 한데 2020년 1월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이 도입되면서 행사 개최 신청 절차가 중단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2020년 홍림공원 발언자의 모퉁이에서 개최된 기후위기 집회

2020년 3월,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에 응답해 청년 활동가 웡지민(Wong J-min)과 응우옌 나트민(Nguyen Nhat Minh)이 나섰다. 기후정의운동을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자, 둘은 곧바로 싱가포르 경찰의 심문을 받아야 했다.

최근 만들어진 외국간섭대처법(FICA)은 청년 활동가들의 기후정의운동을 금지시켰다. 이 법은 내무부 장관에게 외국의 행위자들 대신 일어난 것으로 의심되는 온라인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형사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태미 간의 활동에는 여러 국제 NGO들과의 소통이 포함되는데, 결국 이법으로 인해 태미 간 등은 FICA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기검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활동가들은 다른 나라에서 목격할 수 있는 직접 행동을 촉구하는 대신, 그들은 대시민 교육에 공력을 쏟는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교육은 모종의 활동으로 비치지 않고, 항의나 진술로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문화적인 변화나 태도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치윈 활동가는 자신이 운영하는 @theweirdandwild을 통해 싱가포르의 정치 시스템이나 선출직 대표들과 관련된 지식을 공유한다. 기후위기 관련 제도적 대응을 추적하는 이 인스타그램 계정엔 싱가포르 의회 구조와 발의 안건들에 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작년 2월, 기후변화 관련 의안이 의회에서 상정된 후, 우치윈 활동가는 이 안건의 통과가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인포그래픽 자료를 업로드했다. 또, 이 법안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신원을 공개하고, 유권자들에게 항의서한을 보내자고 촉구했다. 나아가, 싱가포르에 남은 몇 안 되는 숲과 공원에 관한 환경영향 연구자료를 게시하고, 정부의 재개발 계획을 공론화함으로써 팔로워들에게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촉구하기도 한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녹지 감소 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초 주택개발위원회는 도버숲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는데,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여러 차례 연장됐고, 이 과정에서 1,800여건의 의견을 수렴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대부분의 시민 참여는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가령 @byobottleg 계정을 운영하는 케이트 여(Kate Yeo)에게 이는 오히려 기회다. 2018년 당시 스무살이었던 그는 여러 작은 상점들과 제휴 관계를 맺은 그는 손님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 Bring Your Own Bottle을 통해 기후정의운동에 참여했다.

팬데믹은 전 세계의 많은 청년들이 이와 같은 온라인 행동을 조직하도록 이끌었고, 이러한 파업을 통해 다른 활동가들과 접점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온라인 교육으로 기후정의운동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캠페인 Re-Earth Initiative를 공동 설립했다. 싱가포르 기후정의 활동가들에 대한 당국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이들은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적인 기회를 찾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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