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 나가월드 카지노호텔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나가월드 카지노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의 유일한 등록 카지노 리조트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 나가코프(NagaCorp) 소유 기업인 이 호텔은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유흥업 기업”이자, “메콩강 유역에서 가장 큰 유흥업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이런 소갯말은 지난해 봄 대규모 정리해고가 있기 불과 한 달 전인 2021년 3월 8일에 발표한 자료에 실려있다.

나가월드의 설립자이자 CEO이며, 94퍼센트의 지분을 쥔 첸립컹(Chen Lip Keong 曾立强)은 무려 33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는 말레이시아 화교 재벌이자 캄보디아 시민권자다. 최근 그는 캄보디아 정부가 주도하는 기금 모금 운동에 1,210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현재 매우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고 있는 주주들에게 대한 보답” 차원에서, 주주들에게 전례 없는 100퍼센트 순이익 배당을 약속한 바 있다. 한국 재벌들이 읊는 레퍼토리와 그리 다르지 않아보인다. 주주의 권리를 약속한 첸립컹은 좋은 기업가일까?

지난해 4월 나가월드 사측은 ‘자동화’를 빌미로 1,329명의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곳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해온 역사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공권력이 탄탄하게 보조하는 자본에 맞서 싸우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측은 해고와 더불어 7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새로 채용했고, 막대한 인건비 절감을 이룰 수 있었다.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기술 도입 계획을 서둘렀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안하무인이다.

사측은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리해고에 관한 협상은 (노조가 아닌) 개인들과 진행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노동자 개개인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기업권력으로부터 압박을 당할 수밖에 없다. 대표성이나 정보, 선택권조차 없고, 수개월 동안 임금이 삭감됨으로 인하여 경제적인 고통에 직면해 있는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반강제로 회사의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600여 명의 조합원들은 회사 정리해고를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구조조정 약관에 대한 협상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진작부터 노조 지도부를 미리 해고하고, 이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2천 명 이상의 조합원들은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캄보디아 노동부와 직업훈련부에 집단청원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노동부 대변인 헹 사우르(Heng Sour)는 “법에 따라 나가월드 노사 분쟁을 해결할 것”이라며, “아직 검토중이라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만 답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자본과 정부는 시간만 질질 끌면서 노동자들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내밀었다. 2021년 12월 18일, 노동자들은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자 파업 시작 당일 캄보디아 법원은 이 파업이 ‘불법’이라고 통보했고, 크힘 시타르(Chhim Sithar)를 비롯한 7명의 노동자들은 파업 선동 혐의로 체포됐다. 1월 10일 현재, 이 투쟁과 관련된 31명이 체포된 상황이다.

파업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당국은 시타르 활동가가 “노동자들을 조종하는 주동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시타르는 이번 파업이 수백명의 노동자들에 의한 집단적 요구였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번 체포가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캄보디아 훈센 총리에게 억류된 노동자들을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정치적 행위가 아니며, 홍콩 상장사인 나가코프의 자회사인 나가월드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캄보디아의 엄혹한 정치적 조건 때문이다. 2020년 나가월드는 8,000명 이상의 직원으로 1억2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사측은 신의성실 원칙에 기반한 협상을 거부했다. 캄보디아 중재위원회는 회사가 코로나 봉쇄 기간 동안 지급된 급여와 파트타임 고용을 기준으로 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지만, 구속력이 없어 한계적이다. 정부 당국이 중재에 실패하자,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펜데믹이 계속되자 많은 해고 노동자들은 사측의 보상액을 받아들였지만, 300명여 명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퇴직 수락을 거부하고 싸우고 있다. 시타르가 체포된 날, 나가월드 인근에서는 노동자 시위가 벌어졌다. 한 노동자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측의 해결책을 요구한다”며, “노조위원장을 석방하고, 적절한 협상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회사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여기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29일 파업 중인 나가우러드 노동자들이 호텔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LRSU

이런 가운데 친정부 성향 언론들은 “외부 세력이 파업을 조직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흑색선전을 유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측 법률 변호를 맡고 있는 캄보디아 인권센터(CCHR; Cambodian Center for Human Rights) 샘 참로은(Sam Chamroeun) 변호사는 “노조법상 외국인 자금 지원은 금지되지 않으며, 노동자들이 체포된 이유는 법에 근거한 것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주도적인 노동자들을 체포하는 것은 사측이 이 노조 활동가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가월드노조를 무너뜨리려는 시도일 따름이다.

캄보디아 노동운동을 연구해온 헬싱키대학 안나 살미바라(Anna Salmivaara) 교수에 따르면, 캄보디아 노동조합은 1990년대 이후 캄보디아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사회운동이다. 2010년 전국적인 총파업과 2013년 의류노동자 항쟁을 거치면서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온 바 있다. 당시 정부 당국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폭력 진압으로 일관했다.

캄보디아 인민당(CPP; Cambodian People’s Party)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시민사회는 위축되고 있다. 인민당 정부는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목적으로 2016년 노동조합법을 개정했다. 이로 인한 국가폭력의 위협과 노동운동가들을 ‘불법화’하는 것은 노동운동 탄압을 위한 공공연한 전술이 됐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임금이나 복리후생은 안정적으로 증진되지 않고 있다.

나가월드 노동자들은 경찰의 집중 배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복직할 수 있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구호를 외쳤다.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해온 노동자 치후온 사만(Chhuon Saman)은 “누가 햇볕 아래서 투쟁하기보다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일하고 싶어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분노했고, 권리와 생존을 위해 분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월 20일 프놈펜 법원 앞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뒤엉킨 채 싸우면서 부상자 1명이 발생했다. 10명의 시위자들은 수감된 야당 운동가들의 배우자들이었다. 그들은 가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것을 법원에 요구했다. 같은 날,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맞서 싸워온 캄보디아 청년단체 크메르 타브락(Khmer Thavrak) 회원들도 앙코르와트에서 삭발 시위를 벌이고, 구속 노동자들의 석방을 기원하는 연대 시위를 펼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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