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항쟁 다룬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에 금마장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홍콩 항쟁 다룬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에 금마장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제58회 금마장영화제 시상식에서 그간 홍콩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공식적인 경로로 볼 수 없었던 다큐멘터리 『時代革命 시대혁명』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2021년 12월 29일

[동아시아]홍콩홍콩, 홍콩항쟁, 영화

금마장(金馬奬, Golden Horse Awards)은 매년 말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이자 영화 시상식이다. 지난 세기 금마장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명망 높은 영화제로 명성이 높았다. 한때 “아시아의 오스카”란 별칭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21세기 초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상으로 중화권 최대 영화제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던 금마장은 지난 2019년 중국 영화계 인사들이 전면적으로 보이콧함으로써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제는 여전히 대만과 홍콩에서 전통과 권위를 갖고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2월 27일 제58회 금마장영화제 시상식이 열렸다. 이번 시상식에서 그간 홍콩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공식적인 경로로 볼 수 없었던 다큐멘터리 『時代革命 시대혁명』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초우군와이(周冠威; Kiwi Chow) 감독은 홍콩에 남아 온라인으로 시상식에 참석했고, 영상을 통해 2분간 수상 소감을 밝혔다.

다큐멘터리 『시대혁명』은 2019년 6월 촉발된 범죄인송환조례 개정 반대 운동을 소재로 한다. 152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이 운동에 참여한 일곱 그룹의 시선을 따라간다. 이 7개의 그룹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갖고 운동에 참여했다. 범죄인송환조례 개정이 시도되던 즈음인 2019년 7월 홍콩 입법회 건물 진격 사건, 홍콩이공대학 앞에서 벌어진 대학생들과 경찰의 충돌,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하여 시위가 끝나고 귀가하던 시민들을 마구 구타한 ‘위엔랑 테러 사건’ 등이 이 영화가 담은 주요한 사건들이다.

키위 초우가 <시대혁명>으로 금마장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후 미리 녹화된 비디오로 소감을 전하고 있다
키위 초우가 <시대혁명>으로 금마장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후 미리 녹화된 비디오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아래는 초우 감독의 수상 소감이다. (관련 영상 導演周冠威哽咽感動全場:留給每一個留有良知的香港人)

감사합니다, 타이완. 감사합니다, 금마장영화제. 『시대혁명』의 엔딩크레딧에 저는 ‘홍콩인 작품’이라고 적었는데요. 저는 이 작품이 양심과 정의가 있는 모든 홍콩인들, 홍콩을 위해 눈물을 흘린 홍콩인들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인터뷰하고 촬영된 모든 분들에게 특히 감사드립니다. 그 중 한 명은 16세의 청소년인데요. 그는 용무파 동지(勇武手足)였습니다. 그가 이공대학 안에 있을 때(2019년 11월 경찰이 홍콩이공대학 캠퍼스를 봉쇄하여 3주에 걸쳐 청년 시위대와 공방전을 펼칠 때) 저는 그와 함께 며칠 동안 갇혀 있었는데요. 그후 그는 학교로 돌아갔지만 이미 그의 신분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알려진 후였습니다. 그는 벌벌 떨면서 교실로 들어갔는데요. 매우 두려워했지만, 그가 교실에 들어가자 모든 같은 반 친구들, 선생님을 포함해 모두가 그를 안아주었습니다. 교실 전체가 모두 눈물을 흘렸고, 모든 교실이 울음소리로 가득했죠.
저는 이 화면을 『시대혁명』 안에 넣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었죠. 저는 『시대혁명』이 이 포옹과 같길 희망합니다. 제가 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여러 차례 이 영화에 의지했는지 모르겠어요. 저 자신에겐 위로였고, 저의 분노와 증오도 드러났죠. 저의 두려움과 상처를 마주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여전히 홍콩에 남아있는 이들, 해외로 망명 간 많은 이들, 혹은 지금 감옥 안에 있는 친구 여러분. 여전히 당신들을 볼 기회는 없지만, 저는 희망합니다. 하느님께 간청합니다. 비단 이 영화의 존재만으로도 약간의 위로, 한 번의 포옹이 될 수 있기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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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