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직장내 괴롭힘에 맞서 싸워 복직

일본 내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직장내 괴롭힘에 맞서 싸워 복직

일본의 한 우설 스테이크 체인 직영공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낙태 혹은 귀국을 협박하는 회사에 맞서 싸우고 있다. 사측은 책임 인정을 회피하다가 시민사회의 압박에 이 노동자를 복직시켰다.

2021년 12월 17일

[동아시아]일본이주노동자, 일본, 직장내 괴롭힘, 스리랑카

2021년 7월 말, 우설 스테이크 체인점 ‘네기시ねぎし’의 직영공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인 기능실습생 S씨는 감리단체에 임신사실을 알리자 ‘낙태하든지, 귀국하든지 정하라’고 강요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이타마 공장에서 고베 소재 감리단체(자동차로 약 7시간 거리)에 끌려가는 일을 겪었다.

일본의 시민단체와 ‘종합서포트노동조합’은 이 사건을 ‘마타하라マタハラ’, 즉 모성, 육아를 이유한 직장 내 괴롭힘(maternity harassment)으로 규정하고 대응을 시작했다. 네기시는 책임 인정과 사과보다는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문제해결을 회피하다 결국 연대단체들의 압박에 못이겨 12월 10일 S씨를 복직시켰다.

일본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이주민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기보다 노동력을 활용하되, 정착할 수 없게 하여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본의 이주노동자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기능실습생’, 혹은 ‘산업연수생’으로 취급되어 3년동안 ‘연수’를 받은 뒤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은 노동권 침해, 저임금 및 임금체불, 직장 내 폭력, 차별에 그대로 노출된다. 또한 대기업은 직접 실습생을 받지만, 중소기업은 공공기관 등 ‘감리단체’로부터 ‘실습 위탁’을 받아 이주노동자를 활용하게 된다.

2021년 3월 나고야에서 발생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역시 이러한 이주노동자 정책의 모순과 연결되어 있었다.

일본에는 동아시아 출신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여성으로, 식당보조, 서빙, 청소 등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네기시’ 또한 감리단체인 ‘고베국제교류촉진협동조합’으로부터 기능실습생을 위탁받는 업체 중 하나다.

S씨를 지원하는 ‘종합 서포트 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이주노동자이자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규정하고 마타하라에 대한 사죄, 적절한 보상,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단체교섭을 요청하는 한편, 함께 네기시 공장 앞에서 11월 17일부터 무기한 연대집회를 열어왔다. 이들이 일본 후생노동성에 확인해 본 결과 임신해도 귀국할 필요 없으며, 이주노동자를 위해서도 임신출산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네기시’도 이를 인정했으나 여전히 S씨의 복직에 대해서는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네기시’는 S씨 상대로 '임금지불 의무부존재 확인청구'를 진행할 것을 시사하고 노동위원회에 ‘알선’(중재 요청)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으로 S씨와 연대자들을 압박했다. 이는 마타하라 문제를 임금지불 쟁점으로 치환시켜 문제해결을 지연시키려는 전형적인 슬랩 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즉 공익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적 소송의 전형적 형태이다.

복직 당일 아침 S씨와 함께 모여 공장 앞에서 함께 항의하는 청년 활동가들
복직 당일 아침 S씨와 함께 모여 공장 앞에서 함께 항의하는 청년 활동가들

그러나 12월 9일 ‘알선’ 과정에서 네기시 측은 연대집회의 종료를 조건으로 S씨의 복직을 수용할 것을 밝혔다. 통합지원유니온(GSU) 측은 이번 승리가 지속적인 연대 집회로 네기시를 사회적으로 압박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네기시나 감리단체 모두 여전히 마타하라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직하던 날 아침에도 연대자들은 네기시의 관리자를 만나 이에 항의하고 계속해서 연대할 것을 결의했다. 🙂

글 : WITHGR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