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시대, 반자본주의적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의 역할 찾아야

‘활동가를 만나다’시리즈 네번째 인터뷰 대상은 공성식 활동가다. 공 활동가는 2013년부터 공공운수노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정책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운동의 쟁점과 함께, 활동가로서의 고민을 물어보았다.

공공운수노조의 정식명칭은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다. 2014년 공공운수노조와 공공운수연맹이 통합했으며, 공공부문·운수부문·사회서비스부문의 노동자 25만명이 가입해 있는 한국 최대 산별노조이기도 하다. 2021년에는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을 중심으로 투쟁을 해 왔으며, 11월 27일에는 ‘판을 뒤집자! 세상을 바꾸자!’를 구호로 공공운수노조 총궐기가 열렸다.

지난 인터뷰
김윤영 (상) 12년차 반빈곤 활동가에게 워라밸을 물었다
김윤영 (하) 내가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반빈곤 운동가가 된 이유
박장준 (상) 지역사회운동노조를 표방하는 희망연대노조에서 배운 것
박장준 (하) “노학연대 경험이 내 활동의 견인추”
신지영 (상) 운동이 나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신지영 (하) 내가 나를 ‘활동가’라고 부르게 됐을 때

플씨 :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성식 : 저는 공공운수노조에서 8년차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플랫폼c 기획팀이기도 한데, 본업에 치여 기여는 잘 못하는 불성실 기획팀원입니다.

플씨 : 공공기관사업팀을 거쳐 지금은 정책기획실장으로서 일하고 계신데요. 공공ㆍ운수ㆍ사회 서비스 노동자운동의 몇 가지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은데요. 공공운수노조는 2021년 하반기 사업으로 ‘동네방네 공공성, 구석구석 노동권’을 구호로 걸고 지난 10월 20일 총파업에서 시작해 11월 27일 총궐기까지의 흐름으로 대선에 대응하고 있어요. 공공 부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대정부 요구안과 노조-정부 교섭에 대한 필요성이 클 것 같아요. 현재 본인이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어요. 

성식 : 정책기획실장은 이름 그대로 ‘정책’과 ‘기획’, 두 가지를 다 맡고 있어요. 내부적으로는 조직 안의 여러 요구를 모아 구호를 짜고, 사업 흐름을 모아나가야 되는 입장이기도 하고, 외부적으로는 그렇게 안에서 모은 요구들을 갖고 정부나 사용자에 맞선 싸움을 기획하는 역할이기도 하죠.

지금은 정권이 재편되는 시기이다보니까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는 힘이 빠진 상황이이에요. 당장의 목표를 쟁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차기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시기에요. 11월 27일 총궐기도 이러한 목적을 갖고 있죠.

공공운수노조 2021 총궐기를 설명하는 공성식 실장

코로나19와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대응

플씨 : 최근 노동자 내부의 격차 증가, 플랫폼 노동 등 분절화된 노동형태의 등장과 같이 ‘노동’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중요하게 조직화해야 하는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식 : 현재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 영역이기도 한 사회서비스 노동자 조직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운수노조에는 현재 사회복지노동자,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노동자, 요양시설이나 재가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노동자, 장애인 활동 지원 노동자 등이 조직되어 있고, 이 영역과 다른 영역으로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돌봄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안에서 공공운수노조 이외에 다른 노조들도 조직화에 뛰어 들고 있기도 한데요. 사회적으로도 저출산ㆍ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일, 그러니까 개인과 사회를 재생산하는 일을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 미뤄둘 수가 없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죠.

페미니즘 측면에서도 가족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사회의 역할을 강화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돌봄의 중요성, 돌봄노동자 처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죠. 하지만이 영역들이 너무 시장화 되어있고, 소규모 민간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하기 어렵죠. 밖에서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많은데, 실제 그 주체들의 목소리는 잘 안 나오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돌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돌봄 노동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화할 것이냐는 쟁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장적인 사회화냐, 아니면 훨씬 더 공공 부문이 책임지고, 노동자들이 주체로서 스스로 해방을 만들어가는 사회화하냐는 쟁점이에요. 물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떻게 조직할 것이냐는 것이구요.

플씨 : 돌봄노동자 이야기를 먼저 꺼냈지만 사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혹사당하는 분들이 보건의료, 택배, 물류센터, 콜센터 등 공공ㆍ운수ㆍ사회서비스 부문의 필수노동자들인 것 같습니다. 현재 코로나19 대응에서 공공운수 노조가 집중하고 있는 원칙과 그에 따른 투쟁들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성식 : 말씀대로 이야기되는 필수노동자 범위에 우리 노조의 조합원 거의 대부분이 해당 되어요. 코로나19는 그동안 잘 안 드러났던 필수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드러나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해요. 또한 재난 시기에도 작동해야만 하는 필수적 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이 지금처럼 시장과 민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공공 부문 중심으로 갈 것인지라는 쟁점도 나타나게 됩니다. 

공공운수노조와 많은 진보적인 세력들이 필수서비스는 공공부문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아직 높습니다. 신자유주의를 밀어 붙여 온 세력들이 여전히 건재합니다. 최근에 LH 사건, 대장동 사태에서 공공의 개발공사가 보여준 모습들이 그렇듯이 공공부문이 민중과 시민들을 위해서 봉사하기보다는 오히려 권력자, 혹은 일부의 이익을 위해서 운영되어 온 것도 현실이구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공공 부문을 과연 신뢰할 수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공공부문의 역할을 키우는 것과 시민과 노동자들의 민주적 참여,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하는 게 중요해요. 당연히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이 적절한 대가를 받으면서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노동 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과 처우개선도 필요하구요.

최근에는 내년 정부 예산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예산은 600조원으로 한국 사회와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실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잖아요. 대부분의 예산은 정부의 담당 공무원들이 좌지우지하고 있고 국회나 일반 시민의 참여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식적으로는 코로나 상황이니까 내년도 복지 예산이 많이 늘었어야 할 것 같은데 코로나 이전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습니다. 신규 공공병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요양시설 관련 예산도 다 줄었습니다. 반면 한국형 뉴딜 등 기업 지원 예산은 크게 늘었습니다. 예산의 전체 규모도 작년 추경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감소했구요. 정부 재정에 대한 민중의 개입력을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관료들의 막강한 권력을 해체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재정 정책과 관료 조직의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죠.

최대 산별노조가 풀어야 할 문제들

플씨 : 공공운수노조는 25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최대 산별노조가 공공운수노조인데요. 규모가 커진 의미도 깊겠지만,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성식 : 조합원 숫자가 곧 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공공운수노조가 얼마나 산별노조답게 단결해서 운동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죠. 공공운수노조는 금속노조(제조업 및 가전제품서비스업 등)와 달리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습니다. 다양한 업종을 하나로 모아내기 위해서는 세밀한 기획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최근 가입한 신규 조직이 많고, 오래된 조직에서는 다수 조합원이 퇴직하면서 세대 교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요. 조직 구성원의 상당수가 신규 조합원인 셈이죠. 이에 맞춰 조직의 방향에 대한 공동의 인식, 합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공공운수노조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산별노조라는 거예요. 다른 산별노조 중에서도 비정규직 조직을 열심히 하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 중심입니다. 저희는 정규직-비정규직 비율이 6:4 정도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모여 하나의 통합적인 운동을 만든다는 점은 정말 큰 강점이죠. 그런데 그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실현시키려면 과제가 많아요. 저는 이 이 특징이 공공운수노조 내부의 근본적인 긴장 요소이면서도, 조직을 계속 발전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플씨 : 문재인 정부 시기 지속적으로 쟁점이 된 노동 문제는 역시 비정규직-정규직 갈등인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천공항공사, 건강보험공단, 서울교통공사에서의 갈등이 생각나는데요. 소위 ‘공정성’이라는 담론과 함께 등장하는 현상이죠. (참고: 어떻게 해야 능력주의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정규직의 이기주의를 그저 도덕주의적으로 비난하는 게 답은 아닐텐데요. 노동조합 일선 활동가로서 공정성 담론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풀어갈 방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식 : 개인적으로 2017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바로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이에요. 저는 주로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이 사업을 계속 해왔는데 항상 쉽지는 않았어요.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에는 하는 척 시늉하다가 정작 공격받자 책임도 안 지고 있죠. 오늘(11월 5일)도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이 안 돼서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계셔요.

지난 4년을 돌이켜볼 때 제일 즐겁고 제일 잘 된 투쟁 사례로 서울대병원 완전 정규직화 얘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서울대병원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018년에 기간제 노동자를 전부 정규직화시켰고, 2019년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화시켰어요. 소위 ‘중규직’이라고 하는, 차별이 지속되는 무기계약직이 아니라, 완전 정규직을 만든 사례죠. 게다가 노동자들이 직접 투쟁으로 달성한 결과라는 점에서 모범적인 사례죠.

서울대병원 사례를 이례적인 사례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는 서울대병원의 사례에서 현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대병원은 90년대 말부터 기존 정규직을 조금씩 외주화하고 기간제로 돌리면서 비정규직화를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같이 싸웠죠. 현실에 쉽게 타협하지 않고, 그때부터 매년 “외주화된 부문을 인소싱(in-sourcing)하라”, 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를 해왔죠. 노조가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했어요. 조합원 내에서 “어려운 시기에 우리도 죽겠는데 비정규직은 포기하자”, “그냥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라고 이야기가 나오면, 그 노동자를 만나 될 때까지 설득하고 토론했어요. 서울대병원의 기존 정규직 노동자 중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내가 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같은 정서가 왜 없겠어요.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주화와 비정규직 구조가 왜 문제인지 인식하고, 정규직화가 제대로 된 길이라는 것에 대해 오랜 기간 만들어 온 조직 내 합의가 있는 거죠. 

말씀해 주신 사례들과 같이 갈등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공공운수노조를 포함한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고, 정면으로 맞서지 않은 것에 있어요. 구호와는 달리 자기 사업장의 비정규직 조직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직이 안 되어도 일단은 사업장 내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 조사라도 하거나, 최소한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옳은지 아닌지 내부 토론이라도 할 수 있는데 전혀 하지 않은 게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우리 준비보다 더 빨리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했어요. 당선 첫날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 갈 줄 아무도 몰랐어요.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인기를 끌려고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것도 맞아요. 그렇지만 그런 유리한 상황을 활용해서 노조가 제대로 정규직화를 해낼 수 있는 준비들을 못한 채로 그 국면을 맞았던 게 가장 안타까워요. 

현 구조에서 누군가는 자기가 더 피해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있어요. 그래서 당장 해결은 안 되겠지요. 그렇지만 결국은 길게 보고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를 중단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현실의 모순을 극복해 나가는 운동을 계속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멈추는 순간부터는 그 다음 진전이 없는 거예요.

플씨 : 서울대병원분회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20년 가까이 만들어 온 기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그렇지 못해서 지금 갈등을 겪는 다른 현장에서도 문제해결의 왕도는 없다는 말씀이네요. 그런 기풍을 만드는 데 있어서 현재 대면해야 할 논리는 공정성 담론인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성식 :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공정담론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계기를 거치면서 능력주의적 성격이 강화되고, 배타적 담론이 됐죠. 게다가 혐오 감성까지 연결돼서 현재의 불평등 구조를 합리화하는 담론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그냥 이렇게 된 게 아니라, 담론 투쟁의 결과인 겁니다. 보수언론이나 정당의 ‘취업비리’와 같은 근거 없는 공격도 있었고, 정규직 일부 직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정성 담론을 지속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법제화 등을 통해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고용 제한과 정규직화를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포기하면서 이 정책이 일부에게만 열린 기회로 여겨지게 된 문제도 있고요.

결국은 ‘공정’이라는 개념을 평등이나 정의와 같은 가치들과 어떻게 새롭게 연결하는 지가 중요해요. 이건 이슈별로 팩트체크를 하고 담론적으로도 강력한 비판 모아내는 대응도 필요하죠.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권리를 보편화해야 지금의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공정담론을 넘어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먹고 죽는 게 아닌 같이 일하는 구조

플씨 : 플랫폼c의 일부 회원들도 얼마 전 공공운수노조가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주최한 ‘청년 활동가 교육’에 참여했는데요. 다들 공공운수노조의 중앙 사무처, 지역지부, 업종본부 등 각 조직에서 일하는 젊은 상근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젊은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공공운수노조 내부에서는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원활한 활동가 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성식 : 그런 인상을 받으셨다니 의외인데요. (웃음) 제가 8년 전에 들어갈 때에는 거의 막내였어요. 그 기간동안 계속 공공운수노조 조직이 커지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모집을 하면서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아직도 그리 젊은 조직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최근 몇 년 간 공공운수노조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젊은 활동가들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소진되는 문제였어요.

그래서 신입 활동가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도 만들고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로 혼자 먹고 죽는게 아닌, 같이 일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가 제일 고민이에요. 또한 지금처럼 수요가 생기면 충원을 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채용하고 몇 개월 간 안정적으로 수습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민주노총 청년활동가 교육과 같이 우리 조직을 이해할 수 있는 풀을 넓혀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플씨 : 공공운수노조에서 일하기 전에는 화물노동자, 집배노동자 등 여러 노동자운동을 지원하는 정책 활동을 하시다가 공공운수노조에서 일하기 시작하셨는데요. 특히 공공운수사회서비스부문 노동자운동에 대해 연구하고 활동하는 이유가 있나요?

성식 : 2000년대 중반부터 화물연대 파업, 대학 청소노동자 운동과 같이 공공사회서비스 비정규직 쪽에서 성장하는 운동들이 있었어요. 공공부문의 사안이다 보니 더욱 정부와 사용자를 압박하는 사회적 연대가 중요하게 작용했죠. 누구에게나 영향을 주는 노동이니까요. 저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가 노조에서 활동해 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쯤 자리가 딱 나서 공공운수노조에서 일하게 됐죠.

플씨 : 노조 밖에서 노동자운동에 관련된 정책 연구를 하는 것과 직접 노동조합에서 정책 담당자로 활동하는 것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성식 : 노조에서 활동하면 본인이 맡고 있는 영역이 좀 더 구체화되지만, 동시에 시야는 그만큼 좁아져요. 사회운동단체에서는 정세를 크게 보고 사회의 모든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면, 노조와 같이 대중조직에 있는 활동가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문제에 집중하게 되는 차이가 있죠. 한 문제에 집중하면 목표도 분명하고, 달성할 기준도 명확하고, 달성하게 되면 뿌듯하기도 하죠. 반대로 한 가지에만 힘을 쏟게 되면서, 전체 정세나 사회운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아무래도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성격이 우유부단한데, 노조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다보니 좀 더 쉽게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사회운동단체에 있었으면 이것저것 다 중요해서 갈팡질팡했을텐데, 한 가지 의제를 잡고 죽 달려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현장 조합원 가까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입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발로 뛰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경험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운동이란 ‘오늘 여기’이다

공공운수노조 활동의 전망

플씨 : 노조 활동가로서 만족스러운 활동을 하고 계신 거 같아요. 앞으로 공공운수노조에서 더 해보거나 이뤄보고 싶은 것, 혹은 개인적 전망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성식 : 공공운수노조에 들어올 때 50살까지는 일하자고 결심했어요. 이제 5년 남은 셈이죠.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8년간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어요. 이제 좀 더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지금까지 말한 비정규직-정규직이 단결하고 끈끈하게 연대하는 운동을 만드는게 중요하고요. 포스트-코로나 사회로 가면서 반자본주의적 전망 속에서 공공부문이 해야 하는 역할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필요해요. 그런 점에서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공공부문이 사회를 변혁하는 운동의 진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기후위기가 목전에 온 상황에서 에너지나 교통과 같은 공공부문이 중심을 잡고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전에는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역할이 민영화를 막고 외주화를 막는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대안을 제시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정책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정책토론회 같은 사업을 하면서 느끼지만, 같이 토론하고 고민할 연구자들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노동운동 주변에 있던 연구자나 교수들이 다 정권 중심으로 흡수됐구요. 저희가 잘 알지 못하는 연구현장에서 열심히 고민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많지만, 그런 분들하고는 서로 접촉이 안 돼 있는 상태죠.

한국의 노조들이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운동진영 내에서는 그나마 자원이 집중되어 있고, 현장에 여러 사례들도 많고, 정책적 필요도 있어요. 자본이나 국가로부터 독립적이고, 대중운동에 친화적으로 연구를 하실 분들을 지원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업들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공공운수노조 20대 대선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공성식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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