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 음식배달 플랫폼 푸드판다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다

홍콩 | 음식배달 플랫폼 푸드판다 노동자들이 불합리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다

2021년 8월 11일

[동아시아]홍콩동아시아, 홍콩, 플랫폼노동

홍콩의 음식 배달 플랫폼 시장은 푸드판다(Foodpanda), 딜리버루(Deliveroo), 우버이츠(Uber Eats) 등 세 기업의 치열한 경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2021년 1~4월 측정 가능한 인공지능 거래 전자수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푸드판다는 홍콩 내 매출시장 점유율에서 무려 51퍼센트를 차지하며, 그 다음이 딜리버루(44%)다.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자본이 치열하게 경쟁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중국 대륙의 양대 기업인 메이퇀과 어러머의 경쟁에서 노동자들이 극심한 착취로 내몰리는 것과 같다.

지난 7월 15일 홍콩. 20여 명의 배달 노동자들이 푸드판다 사옥 밖에서 시위를 벌였다.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할 것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다.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뻔뻔한 푸드판다!”, “피땀 흘려 번 임금을 지급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면서 7명의 노동자 교섭 대표들은 사측과 협상을 시도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푸드판다 사측은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이 확산되는 기간 동안 배달 주문 건당 수수료를 낮추었고, 더 많은 노동자들과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기존 노동자들의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심한 경우 몇 시간에 1건이 들어오는 수준이 되어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37.5홍콩달러에도 못 미치게 됐다. 이 수수료는 2주에 한 번씩 갱신되는데, 노동자들에 따르면 이 금액은 “생선값과 비슷하다(猶如海鮮價)”고 한다.

배달 노동자들의 요구는 다섯 가지다. ① 주문에 대한 기준 수수료 비율을 인상할 것, ② 주문접수율에 대한 불만처리 장치를 설치할 것, ③ 불합리한 근로계약을 중단할 것, ④ 물건을 받고 대금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중단할 것, ⑤ 개인 상해보험을 확대할 것. 하지만 교섭 과정에서 사측은 위 다섯 가지 요구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섭을 재개하는 것 역시 거부했다.

그간 푸드판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령 사측의 인사관리 직원들은 배달 노동자들의 단체 채팅방에 몰래 들어오기도 했는데, 어떤 노동자들이 회사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말을 하자, 불과 2시간 만에 이들을 해고해버리기도 했다.

2020년 9월, 홍콩 푸드판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일으킨 바 있다. 꽤나 성공적이었던 이 투쟁으로 인해 푸드판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투명성 향상’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 회사는 일주일 미리 서비스 수수료를 발표하기로 했고, 고객 서비스 지원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사측은 합의를 번복하면서 지급요율 변경에 대한 권리를 계속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그해 7월에는 주문 접수 수용율이 85%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 도보 배송은 20홍콩달러, 오토바이나 자전거 배송은 30홍콩달러로 깎겠다는 악성 조항을 발표했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주문건수의 절반 가량은 현금으로 지불되는데다, 정산 과정에서 이 돈을 사측에 넘겨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점은 노동자들에게 보다 성가시고 난감한 상황들을 초래한다.

홍콩 신계북부 틴수이웨이(天水圍新市鎮) 지역에서 일하던 배달 노동자들은 특히나 어려운 점이 많다. 이들은 자전거나 헬멧,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해 자신의 돈을 사용해야 한다.

알고리즘 문제도 심각한데, 푸드판다의 배송 루트 알고리즘은 우회로나 경사로를 고려하지 않는다. 또, 주문을 거부할 경우 배달 노동자는 각 주문에 대해 받는 기본 가격 계산으로 통합된다.

또, 부당해고에 맞서 노동자들이 항의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시의성에 맞는 응답을 받지도 못한다. 이 지난한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드물게 회사가 상해보험을 제공하긴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 모든 과정이나 내용이 투명하지 않다고 느낀다.

이상은 음식배송 플랫폼 시장에서 매우 보편적인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임금이나 노동조건은 임의로 바뀌고, 노동자들은 항상 벼랑 끝에 몰린다. 홍콩의 배달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이런 상황은 전 세계 다른 지역 노동자들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 더구나 푸드판다는 홍콩과 대만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일본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싱가폴, 방글라데시로 왕성하게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에 맞선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들의 대응은 집단 행동이다. 한국과 대만,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막 시작되었다. 지난해 대만과 필리핀의 푸드판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형성되고 있는 느슨한 네트워크가 강력한 단결로 확장되고, 동시에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 걸쳐져 있는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기 시작할 때, 보다 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