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화된 바이러스와 민주노총

수도권 코로나 바이러스 4차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됐습니다. 백신 개발로 인해 종식될 것이라 믿었던 팬데믹이 다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기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인 사회운동에 있어서도 이런 시기는 분명 위기입니다. 그러니 어떤 방식으로든 사유를 지속하고, 모임의 장을 열어나가는 게 필요할 겁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4차 확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길 누군가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민주노총입니다. 지난 7월 2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방문을 통보하고 민주노총을 기습적으로 찾아왔습니다. 다음날인 7월 3일 있을 노동자대회의 자제를 요청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총 활동가들은 “정부에서 방역 실패한 것을 왜 우리에게 와서 그림을 만들려고 하는가”라며 면담을 거부했습니다. 다른 실내 행사들에 대해서는 아무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옥외 집회인 노동자대회를 찍어 타격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죠. 

애초 노동자대회 계획은 한 곳에 1만 명이 모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231곳에 흩어져 방역 지침에 맡게 진행한다는 기획이었습니다. 한데 서울시는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신고된 민주노총의 집회 231건에 대해 6월 22일부터 7월 2일까지 열흘 간 다섯 차례에 걸쳐 집회 금지를 통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방역 기준을 초과한 금지 통보였습니다.

7월 3일, 8천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참가한 채 노동자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초 여의대로 곳곳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찰과 서울시의 집회불허 및 검문으로 인해 종로3가로 장소를 바꿔 진행됐죠. 이번 노동자대회는 “노동법 전면 개정”과 “구조조정 중단”, “산업재해 사망 방지 대책 마련”, “최저임금 인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등을 주요한 요구로 걸고, 하반기 총파업을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러니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요구를 외친 자리였죠. 하지만 미디어에는 이런 ‘내용’이 아니라, ‘불법집회’ 등 정부와의 대립을 중심으로 보도됐습니다.

열흘 쯤 지난 7월 14일에서 16일 사이 집회 참여자 중 3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인과 관계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먹잇감이 되었죠. 서울 경찰청은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까지 편성했습니다. 7월 3일 노동자대회와 관련해 민주노총 집행부 4명을 집시법 위반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이 집회 참가자 중 3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것을 들어 해 현재까지 23명을 입건했다고 합니다. 경찰이 물만난 듯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사실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확진자 3명은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같은 부서 소속 3명입니다. 확진이 판정된 시점은 집회 참석일로부터 시차가 11∼13일이나 벌어지기 때문에, 집회가 아닌 다른 경로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명의 확진자가 소속된 공공운수노조는 “집회에서 감염이 됐다면 잠복기가 2주 가까이 된다는 것인데 기존 조사 연구 결과를 볼 때 이러한 확률은 매우 낮다”고 반박했습니다. 집회로부터 4일이 지난 7월 7일, 3명이 함께 동석한 식당에서 생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지난 7월 1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참고자료에 따르면 7월 3일 집회 관련 확진자 감염 경로를 조사 중이긴 하지만 “아직 감염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증상 발생일을 고려할 때 높지는 않다”면서, “집회 이외의 노출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7월 22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 7.3 대회 참가자 4,172명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음성 3,781명, 결과 대기 391명으로 추가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바이러스 확산 추세 때마다 항상 사회적 약자는 비난의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또, 유독 사회운동적 요구가 이뤄지는 장소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죠. 이태원 클럽에서의 확산이 논란이 된 시기에 성소수자들은 엄청난 지탄의 대상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집회에서 사회운동단체나 노동조합의 집회는 경찰 당국으로부터 유독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자본과 그 대리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노동자운동을 여론의 지탄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이후 자본 주도의 구조조정을 보다 용이하게 합니다. 또, 이러한 마녀사냥은 잠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운동을 침체시킬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회운동과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무분별하고 근거 없는 비난들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연대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전국 12개 위탁운영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입니다. 각 업체들은 건보공단이 책정한 인건비를 상담사들에게 대신 전달하고, 상담사들의 전화 연결 수 등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간접고용의 폐해가 발생합니다. 경쟁이 강요되고, 그러다보니 공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만족도 점수로 상담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저임금 노동을 유지합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가 약속해온대로 공공기관의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 전염과 불리한 여론 지형 등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니 전술적으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얼마든 토론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전술에 대해 토론하려면 다른 전술로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 어떤 싸움의 진의를 어떻게 알려나갈 것인가에 대해 보다 집중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비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실제 사실과 무관하게 ‘마녀사냥’이 본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7월 26일(월) 14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월 3일 노동자대회 참가자 중 3인의 확진자의 추정 감염 경로는 집회가 아닌 7월 7일 음식점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튿날,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이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 무책임을 가릴수 없다”며, “악의적 매도와 탄압을 중단하고 정부는 즉각 민주노총과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고요.

지난 주 열린 플랫폼c 월례포럼 <정치화된 바이러스>는 지금의 보건의료 정세를 보다 정치하게 이해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인데요. 아마도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동시에 ‘골치 아픈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 나눈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고 글로 옮겨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 텔레그램 채널 등에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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