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뉴스레터 | 중국 음식배송 라이더들의 상징적 인물이 구속되다

동아시아 뉴스레터 | 중국 음식배송 라이더들의 상징적 인물이 구속되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착취와 탄압이 거세지만 아래로부터의 저항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4월 5일

[큐레이션]동아시아 뉴스레터동아시아, 뉴스레터, 대만, 미얀마, 일본, 중국, 필리핀, 플랫폼노동, 이주노동자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며 민중을 착취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동아시아 각국의 민중들은 고립분산되어 있고, 국적과 민족, 산업과 지역을 경계로 분열해 있습니다. 동아시아 사회운동은 더 많이 이해되고, 연결되며, 맥락화되어야 합니다. 동아시아 사회운동 뉴스레터 <월간 동동東動>은 플랫폼c 동아시아팀이 만듭니다. 동시대 동아시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사회운동을 소개합니다. 


중국 | 음식배송 라이더들의 맹주가 체포되다

2월 25일, 베이징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배달 노동자 천궈장(陈国江)이 사라졌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음식배달부연맹(外卖骑士联盟)을 결성하고 bilibili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권 문제를 폭로해왔다. 특히 전국적인 배달노동자 네트워크를 조직해왔다. 단톡방 16개에 무려 1만4천명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그가 ‘맹주’라 불리는 것은 단지 인터넷 말장난이 아닌 셈이다.

이런 천궈장이 체포됐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3일이 지난 28일이다. 이후 한 달간 그의 동료 노동자들과 가족들, 중국 내의 활동가들은 그의 행방을 파악하고 구출하기 위해 활동해왔다.

천궈장이 사라진지 약 보름이 지난 3월 15일, 그의 아버지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위챗에 모금을 호소하는 편지를 올렸다. 5만 위안(한화 864만 원) 가량의 변호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 글은 1시간만에 삭제됐지만, 10시간이 지났을 때 편지에서 그는 아직까지 아들의 체포 이유에 대한 어떤 통지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에 따르면 경찰 당국은 체포한 인사의 가족들에게 24시간 내에 통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다음날 차오양구 공안당국은 천궈장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寻衅滋事)’는 혐의로 체포됐고 베이징시 차오양구(朝阳区)에 위치한 구치소에 있다는 통지서를 전달했다. 문제는 공안당국이 그를 체포하게 된 경위나 구체적 혐의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 때문에 천궈장의 석방을 도울 변호사들은 적시된 혐의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내 활동가들은 천궈장 석방 캠페인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비록 최근 들어 많은 수의 노동운동가들이 체포되긴 했지만, 국제적인 관심과 연대가 확대될수록 구치소에 갇힌 천궈장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천궈장이 체포된 상황에서 3월 초 중국 곳곳에서 메이투안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도 일어났다. 3월 1일과 2일에는 광둥성 선전에서 수백 명의 라이더들이 수수료 인하에 항의하며 파업했다. 3월 2일 산둥성 린이시(临沂市)에서도 메이투안 라이더 수백 명이 임금 인상과 관리자들에 대한 감독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린이시에서 메이투안 라이더들이 집단적으로 파업한 것은 2년만이다. 

미얀마 | 군부의 유혈 진압 격화, 어느 때보다 연대 필요

미얀마에서 군부의 쿠데타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두달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상황은 점점 비극적으로 치닫고 있는 도중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4월 1일까지 사망한 미얀마 시민은 최소 543명이며, 2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체포되거나 기소되었다. 군경의 무차별적인 구타, 폭행, 체포, 실탄과 고무탄을 사용한 총격이 빈번해짐에 따라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얀마 내 소수민족 무장조직들과 민주운동진영은 모여서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구성하고 임시정부로 삼았다. 쿠데타 군부의 탄압이 격화되고, 미얀마 시위대도 일부가 무장투쟁조직에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내전으로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월 31일에는 신한은행 양곤 지점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이 군경의 실탄에 맞아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SNS를 통해 조직되고 확산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얀마의 노동자와 노동조합 세력이다. 미얀마 노동조합총연맹(FGWM)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저항을 시작했고 의류제조업 노동자들은 쿠데타 저항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휴가를 사용하면서 시위 형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군부는 이에 대응해 노동운동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있다.

노동자들 뿐만이 아닌 미얀마의 소수민족과 성소수자, 승려 세력도 쿠데타 저항운동에 참여하는 등, 미얀마의 저항은 흔히 알려진 아웅산 수치의 국민민주주의동맹(NLD)의 지지기반으로 축소될 수 없는 광범위한 세력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미얀마의 저항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얀마 노동운동과 좌파 사회운동의 맥락에 대해서는 플랫폼C에서 번역한 인터뷰 시리즈(아래)를 통해서 더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UN이 어느 국가가 자국민에게 심각한 반인도주의 범죄나 대량학살을 저지를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정책인 ‘R2P’를 발동해 주기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반응은 더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반대로 말뿐인 ‘규탄문’만을 세 번 발표했을 뿐 어떠한 실질적인 개입의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세안의 반응은 더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반대로 말뿐인 ‘규탄문’만을 세 번 발표했을 뿐 어떠한 실질적인 개입의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합인 ASEAN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며 ‘불개입’으로서 군부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는 3월 12일자로 군용물자 수출금지, 산업용 전략물자 수출 제제와 함께 국방ㆍ치안 분야의 교류협력을 중단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얀마의 주요 산업인 가스전 사업에 미얀마 군부 연계 국영기업인 석유가스공사(MOGE)와 함께 깊게 관여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이후에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만 | 여성·가사·이주노동자들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대만 입법회 앞에서는 대만에 머무르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100여 명이 참가했고, 돌봄노동자 노동조합, 희망노동자센터, 각성재단, 대만인권협회 등 10개 인권단체가 참여했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약속한 가사서비스법을 통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법안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이주노동자가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보장하며, 산재 발생시 보상과 이에 따른 비용 및 급여에 대한 기준을 정한다.

그간 대만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미뤄왔다. 현지의 활동가들은 차이잉원 정부가 가사서비스법 통과를 꺼리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들의 반발 때문일 거라고 보고 있다. 대만에 거주하는 동남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는 23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홍콩의 가사노동자들처럼 주로 대만의 중산층 가정에서 가사 및 양육 노동을 보조한다. 그간 이주노동자 그룹들은 이주노동 브로커들에게 부과되는 중개수수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날 집회에는 필리핀 가사노동자 마리사 가르시아(50세)가 휠체어를 타고 집회에 합류했다. 지난해 6월 그는 고용주를 위해 음식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가 오토바이에 치어 다리를 다쳤다. 그후 일을 그만 두었고, 치료와 재활 비용을 혼자 부담해야 했다.

대만 이민노동자권리네트워크(MENT)의 천시우린(陳秀蓮) 대변인은 “대만 내 이주노동자들은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이는 산재 발생시 보상을 못한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대만 법률상 고용주는 5명 이상 고용했을 때에만 산재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주 가사노동자들은 장시간 근로에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않고, 해고될 때에도 퇴직금을 받지 않는다.

대만 NGO Covenants Watch의 연락사무실 활동가 순싱슈안(孫興瑄)은 국제경제사회문화권협약(ICESCR)을 인용하며 “이주노동자들이 대만 국민과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또, “이주노동자에게 현지 노동자들과 같은 업무 보호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대만 정부는 국내법과 국제 조약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내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은 17,000대만 위안(6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대만의 법정 최저임금인 24,000대만 위안에 크게 못 미친다. 2020년 1월 발표된 대만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이주 가사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0.4시간 일하며, 이 중 11.4%만이 매주 정기 휴가를 갖는다.

필리핀 | 노조파괴 공작에 맞서는 섬유공장 노동자들

필리핀의 수도 프로비전 의류(Provision Garments Apparel, PGA) 망가한(Manggahan) 지부 소속 25명의 필리핀 섬유공장 노동자들은 사측의 불법 폐업을 반대하며 파업 중이다. 이들은 모든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을 지급받음과 함께 복직하고 집단교섭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제조산업노조(IndustriALL)에 따르면 필리핀 섬유산업노조(TF2-KD)는 PGA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회사를 상대로 교섭노조의 지위를 얻었다. 사측은 필리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교섭노조 지위 취소 확인 민원을 진행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2020년 9월 21일 사측은 공장의 173명의 노동자들에게 공장이 한달 안에 폐쇄될 것임을 통보하면서 강제 해직금을 지급했다. 이는 필리핀 노동법률에 어긋나는 일이다.

노조에 따르면 PGA 사측 경영팀은 그대로 바탕가스(Batangas) 지역 상토 토마스(Sto Thomas) 무역지구에 새로운 공장을 열었으며, 이는 노조를 회피하려는 사측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전했다. PGA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노조파괴 반대와 노동법률 준수를 요구하며 복직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 스가의 ‘디지털 감시법안’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일본 정부는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를 촉진할 기본법안으로서 ‘디지털개혁관련법안(デジタル改革関連法案)’ 6개 법안의 입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자행정시스템의 통일화 및 표준화와 따로 흩어져 있는 지자체의 정보시스템을 ‘지자체 클라우드’로 모으는 등의 변화, 그리고 이를 추진할 단일주체로서 ‘디지털청 설립’을 꾀하는 법안이다. 이는 ‘디지털 혁신’을 외치는 스가 내각의 핵심 추진 사업 중 하나로서, 이 중 5개 법안은 3월 9일 일본 중의원에서 심의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에서 내세우는 목표는 크게 다음 네 가지이다.

  1.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전자시스템 통일화통일화·표준화
  2. 마이넘버카드의 보급촉진
  3. 스마트폰 이용 행정절차 개선
  4. 온라인진료 및 디지털 교육 관련 규제완화.

한편 일본의 전노련, 자치노련과 같은 노동조합 및 여러 시민단체들은 디지털개혁관련법안을 ‘디지털감시법안’이라고 부르면서 반대하고 있다. 디지털 감시법안 반대의 근거는 사생활의 침해,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 및 자본의 통제 증대, 행정편의를 내세운 행정 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마이넘버카드라는 이름의 개인별 일련번호가 생기고, 국가 행정과 자격증, 직장 정보등이 해당 일련번호에 연동되기 시작하면 지나치게 개인정보의 파악이 쉬워진다는 점, 디지털청 설립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들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훨씬 용이해진다는 점, 이를 위해서 일본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보호범위도 축소시키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민간 산업의 빅데이터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권한도 생기면서 이를 이용한 정부 주도의 여론 개입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이다. 또한 지방자치의 측면에서도 지자체의 행정 시스템이 중앙정부로 통합되면서 지방자치의 독립성 저하 및 정보접근성이 낮은 주민들이 행정서비스로부터 소외될 것을 비판하고 있다.

디지털감시법안에 반대하는 일본의 사회운동단체들은 일본헌법 13조 프라이버시권에 기초한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독립기관의 설치와 감시 규제, 국회에서 강행처리된 비밀보호법, 공모죄 폐지 요구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입헌민주당, 공산당 등 일본 야당들도 의회 내에서 법안 내용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 후쿠시마 원전사고 10주년, 멈추지 않고 탈핵을 외치다

2021년 3월은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그 여파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지 10주기가 되는 해다. 일본의 시민사회는 10주기에 맞추어 일본 전역에서 탈핵과 원전 재가동 반대를 외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주체이자,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수습 미비 및 진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도 3월 11일 당일에 약 550명이 모인 집회가 진행되었다. 도쿄전력의 가츠마타 츠네히사(勝俣恒久) 전 회장 등 책임자 3명은 사고와 수습 실패의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지난 2019년 무죄판결을 받아 비판을 받고있다.

도쿄 뿐만이 아닌, 앞선 3월 7일에는 오사카에서도 20개 시민단체가 모여 450명 규모의 집회를 벌이며 탈핵과 원전 재가동 반대 외쳤다. 후쿠오카시에서도 규슈지역의 전력을 담당하는 규슈전력 본사 앞에서 「원자력 발전 중지하자! 규슈전력본사광장(原発とめよう!九電本店前ひろば)」 천막농성이 2011년 4월 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편 동일본대지진 10주기를 맞아 일본 지방지들이 공동으로 전국의 6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현재 운영중인 원전의 운전연장 중지, 즉각폐로 추진 등의 방식으로 탈핵에 우호적인 의견이 총 82.3%로 드러나, 일본 내에서도 탈핵에 대한 공감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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