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대해 해명되지 않은 문제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대해 해명되지 않은 문제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의혹은 해명되지 않았다.

2021년 3월 12일

[동아시아]미얀마동아시아, 미얀마, 에너지, 포스코

KBS 특파원의 엉터리 리포트가 감추는 것들

KBS의 방콕 특파원 김원장 기자(이하 존칭 생략)는 “포스코가 미얀마에 무슨 투자를 했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객관적 심판관을 자처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미얀마 가스전으로 큰 돈 버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직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미얀마에서 강판을 만드는 ‘포스코 미얀마C&C’는 문제가 심각해보입니다.”

그러나 포스코 자본을 반쯤만 비판한 그의 이런 결론은 지나치게 섣불러보인다. 김원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의 이익 중 15%가 미얀마국영가스회사(MOGE)로 간다는 점을 언급하며, “아직까지는”, “’MOGE’는 미얀마 군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단정한다.

그러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독재국가에 투자했을 뿐, 군부에 돈줄을 대는 것은 아니”라며, “그러니 ‘군부에 돈줄을 대는 포스코는 철수해라!’는 지적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 참고: MOGE(Myanma Oil and Gas Enterprise)는 1963년 네 윈(နေဝင်း ; Ne Win) 군부가 Burmese petroleum industry을 국유화해 설립한 국영기업이다. 미얀마 내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과 관련된 모든 것을 수행하고 있다. MOGE는 2015년 아웅산수치 정부가 들어선 후 몇 년 동안에도 여전히 군부와의 유착과 불투명한 회계를 지적받았다.

미얀마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시민들의 항의를 짓밟고 있고, 동시에 60여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불거진 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에 대해 반박하려면,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김원장은 자신이 왜 “MOGE는 미얀마 군정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가 언급하는 논거는 단 하나, “한국 산업부 담당자와 통화해보니 우리 정부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 뿐이다.

미얀마 사회의 불평등과 폭력 등 사회문제와 미얀마 군부가 자행해온 전쟁 범죄와 반인륜적 범죄의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폭로해온 사회운동단체 ‘Justice for Myanmar’(미얀마를 위한 정의; 이하 ‘JFM’)는 쿠데타 직후인 지난 2월 8일, 글로벌 석유 및 천연가스 메이저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얀마 군부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지 폭로한 바 있다. (cf. HOW OIL AND GAS MAJORS BANKROLL THE MYANMAR MILITARY REGIME)

이 보고서에서 JFM은 프랑스의 토탈(Total)과 미국의 셰브론(Chevron), 한국의 포스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Petronas) 등 외국 자본을 통해 구축한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미얀마 군부 정권을 지탱시킬 수 있는 자금 출처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얀마는 천연가스 자원에서 매년 약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JFM은 이렇게 해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 부분은 정부로 직접 흘러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바로 국영기업인 미얀마 석유 및 가스공사(Myanma Oil and Gas Enterprise; MOGE)로 흘러가는데, 이 MOGE가 바로 군부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회계연도 2013/14의 수익 중 외국 기업들에게 수익이 배분된 나머지 중 세금 약 4333억 짯(3510억 원)을 제외하고, MOGE로 흘러간 돈은 2조1300억 짯(1조7253억 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무려 약 1조3,202억 짯이 ‘기타 회계(other accounts)’라는 이름으로 잡혀 있다. 이는 전체 수익의 51.5퍼센트에 달하는 돈이고, 미얀마 연방정부가 교육과 보건에 쏟는 재정에 맞먹는 규모이며, 재정 적자 규모인 2조9,260억 짯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다. 하지만 MOGE 측은 이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어떤 설명도 없다. 의회조차 이 항목을 심사하지 못했다.

참고로 2013/14 회계연도의 석유 수익과 MOGE의 다른 계좌로의 이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미얀마에서 처음 제출된 추출산업 투명성 이니셔티브(Extractive Industries Transparency Initiative; EITI) 보고서에 발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미얀마의 EITI 보고서와 2013/14년 미얀마연방 예산법(budget law)을 바탕으로 에너지전력부 산하 공기업 총수입이 MOGE의 다른 계좌에 발생하는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2012/13 회계연도부터 2015/16 회계연도까지의 데이터를 근거로 추정해보면 기타 회계 누적 금액은 4조6천억 짯(3조7천억 원)이다.

2018년 초 MOGE의 회계 내역에는 무려 46억 달러에 달하는 ‘기타 회계’ 내역이 있다. 이 항목의 불투명성이 문제시되자 미얀마 정부는 ‘기타 계좌’를 없애고, 국고로 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19년에 발표된 이 공언은 이행되지 않았다. 더구나 쿠데타의 발생으로 인해 MOGE는 더 이상 정부로부터 이 의혹스러운 항목에 대한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천연자원 지배구조 연구소(Natural Resource Governance Institute)는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국영기업 45개에 대한 조사 결과 MOGE의 투명성이 꼴찌에서 두번째라고 발표했다.

김원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대해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의 가스전을 직접 개발 시추해 판매합니다. 가스전의 지분 51%를 갖고 있으니 ‘주인’입니다. 미얀마 국영 가스회사(MOGE)는 15%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가스전에서 나오는 쉐일가스를 (주로 중국에) 팔아서 한해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립니다. 눈물나게 수많은 시추공를 뚫어 찾아낸 가스전입니다. 몇 안되는 우리 가스전 개발의 대박 사례로, 그야말로 캐시카우(cash cow)입니다. 채굴 한도도 무기한입니다(바다속 가스 떨어질 때까지 다 팔아도 된다는 뜻이다)”

흥분 섞인 이 소개는 그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사업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낸다. 그러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가스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사이, 밝혀지지 않는 누군가 역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군부에 의해 고통받아온 미얀마의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은 그것이 군부로 흘러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언론이 이에 대해 “아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단정지으려면 최소한의 근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원장 특파원의 리포트에는 그런 것이 전무하다.

홍명교 | 플랫폼c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