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 싸워온 시민,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심한 상황이지만, 이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3월 21일

[동아시아]미얀마미얀마, 노동조합, 노동운동, 동아시아, 포스코, 독재

미얀마 현지 보도에 따르면 군부는 미얀마 내 10여 개의 노동조합들을 불법 조직으로 선포하고,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해온 시민들과 노동운동가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잡아들이고 있다.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진 지난 2월 6일, 미얀마섬유노동자연합회(Federation of Garment Workers Myanmar, FGWM)는 약 4천여 명의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가두 시위를 펼쳤다. 한데 2월 말, 섬유노동자연합회의 의 모에 산다르 민트 위원장은 군부의 체포 작전을 피해 도주 중이다.

지난 2월 26일 뉴스레터 [동동(東動)]에서 소개했듯, 미얀마 봉제공장 여성노동자들은 현지 총파업 흐름에 앞장 서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양곤의 여러 공장주들은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공장 생산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만을 바라며, 도리어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항의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항쟁 초반부에 노동자들이 휴가를 얻고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묵인했던 자본가들은 다시 휴가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저임금 하청 공장에서의 생산이 지연될수록 봉제공장 자본가들의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양곤의 디샹패션섬유공장(Dishang Fashion Garment Factory)의 한 노동조합 활동가는 공장 측이 3일 연속으로 휴가를 내는 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노동자들은 하루는 출근해서 일을 하고, 이틀은 휴가를 내서 시위를 나간다”고 한다. 그는 노동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고, 어떤 노동자들은 이미 운동으로부터 물러나고 있다고 보충했다.

“우리는 밤에 잠들 수 없어요. 하지만 아침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하죠. 왜냐하면 일자리를 잃게 되어버릴까봐 두려우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는 느슨해질 수가 없어요.”

심지어 의류공장 경영진들은 군부와 경찰 측에 협조해 노동운동가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지난주 노동자 시위 대오에서 한 참가자는 이렇게 폭로했다. “2월 18일 시위에서 들은 얘긴데요. 한 공장 관리자가 군 경사로부터 시위 행동을 이끄는 리더가 누구인지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관리자는 자기도 모른다고 답했대요. 그런데 다음날, 그 공장 관리자는 공장 노동자들의 전화번호를 경찰에게 건네줬대요.”

의류 공장주와 관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집정 권력이 누구든 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여전히 생산 회복 뿐이다. 이에 반해 노동자들이 관철시키고자 하는 것은 쿠데타를 뒤집어 엎고 민선 정부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군부 정권 하 노동자들의 생존과 권리가 극단적으로 위협받기 때문이다. 한 노동자는 “군부 정권 하에서 우리는 계속 고용주들을 정부에 고소할 권리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예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노동조합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노동조합 리더들은 당국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감시와 통제를 받게 될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얀마 군부는 인터넷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활동을 펼치는 게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노동자는 “이건 암흑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불복종 운동과 총파업 등 저항이 시작된지 2개월째에 접어들면서 군부의 탄압은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약 30명의 시민들이 군경의 총칼에 의해 사망했고, 1,130명의 시민들이 체포됐다고 한다. 지난 2월 말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2차 총파업 과정에서 최소 18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치다.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2월 27일 하루에만 26명이 숨졌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미얀마의 상황이 초유의 학살로 전개됨에 따라 미얀마 시민들의 절박한 연대 요청이 잇따르고 있고, 국제 노동단체들과 시민들은 이에 대한 연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은 군부 쿠데타에 맞선 저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두번에 걸친 전국적 총파업이 없었다면, 군부는 빠르게 상황을 주도할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고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고, 이는 군부가 정국을 장악하는 걸 어렵게 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 사업은 미얀마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는 군부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포스코의 투자로 안긴 이익이 시민 학살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양곤에만 70여 명의 포스코 주재원이 체류 중이며, 지난 1월에는 현대중공업과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개발을 위한 설계·구매·제작·설치·시운전(EPCIC)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국내 기업이 미얀마에 설립한 법인 및 지사는 107곳에 달한다. 이 3년 동안 한국 기업의 투자 규모는 6억6,800만달러(7500억원)에 달한다.

봉제산업에서도 한국 자본의 투자는 적지 않다. 미얀마 한인봉제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미얀마 봉제산업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신성통상, 오팔, 미얀스타 등 83개에 달한다. 봉제와 자수, 액세서리 등 여러 부문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이 공장들에 고용된 현지 노동자들만 약 1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의 사회운동과 노동조합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에서 미얀마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온라인 행동을 벌였고, 민주노총 역시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쉽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인 연대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