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800만 배달 노동자들이 직면한 착취의 늪

중국의 800만 배달 노동자들이 직면한 착취의 늪

중국 배달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직면해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투쟁방식이 필요하다.

2020년 12월 22일

[동아시아]중국대륙동아시아, 중국, 플랫폼노동, 노동운동, 농민공

2020년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9억 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러시아, 멕시코,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의 인터넷 사용인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고, 9억 명 중 99%는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중국 인터넷의 거대한 성장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과 자본의 이윤 확대를 낳았다. 음식 배달 시장은 그것을 추동하는 핵심 영역으로, 중국에 방문해봤다면 누구나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이곳의 배달앱들에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도래한 비대면 일상을 지탱시키는 필수 노동은 바로 ‘배달’이다. 2020년 3월 중국인들은 일일 평균 7.2시간 인터넷을 이용했는데, 이는 전년도 3월 5.6시간에 비해 28%(약 100분) 늘어난 수치다.

한국에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있다면, 중국에는 메이투안(美团)과 어러머(饿了么)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견되어 몇 달간 도시를 정지시켰던 중국 우한(武汉)에서 라이더들은 집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시민들의 생존을 책임졌다. 가령 메이투안 라이더들은 봉쇄 시기 정부의 휴무 연장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해야 했는데, 사측은 “바이러스를 핑계로 일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엄포까지 늘어놓은 바 있다. 전염병으로 봉쇄된 도시를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음식 배달 시장의 급성장

2020년 1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불과 70일 간 메이투안이 새로 증원한 배달 노동자만 45만8천 명에 달한다. 전염병이 촉발시킨 급격한 경기침체 속에서 호텔이나 공장 등 기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무급 휴직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소득이 필요한 노동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긱이코노미’의 뗄감이 되길 택해야 했다. 2020년 3월 메이투안 사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메이투안 플랫폼에 등록된 음식 배달 노동자는 399만 명이었다. 경쟁사인 어러머의 경우 약 300만 명이었다. 시장 상황으로 봤을 때 800만 명이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음식 배달 시장은 37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소비자가 앱을 이용해 온디맨드 방식으로 주문하면, 식당에서 집 앞까지 배송된다. 2019년 중국 인구 30%에 달하는 4억 명 이상이 애용하고 있었는데,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로는 급증하는 추세다.

공동구매 플랫폼 사업으로 출발한 메이투안(美团)은 사업 영역을 음식배달, 숙박, 금융, 차량공유 등 각종 생활서비스 분야로 확대하면서 급성장했다. 메이투안이 음식배달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막대한 투자금이 몰렸는데, 미국의 벤쳐캐피탈 세콰이어, 세계적인 중국 IT기업 텐센트 등이 메이투안의 대주주다.

2018년 9월 홍콩 증권시장에 상장한 메이투안의 현 시가총액은 1.01조 홍콩달러(약 156조원)로, 삼성전자의 절반에 달한다. 1년만에 4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2018년 3/4분기 매출은 145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한 것이었고, 2020년 3/4분기 메이투안의 매출은 2019년 동시기 대비 28.8% 늘어난 354억 위안(약 5조9천600억 원), 영업이익 역시 32.8% 증가한 207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배달건수가 크게 증가(30.1%, 3490만 건)한 것이 요인이다. 한편으로는 시장 경쟁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확대하고, 다른 한편으론 배송 로봇과 자율주행 등 기술 개발에 주력해 수평적‧수직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 메이투안의 향후 비즈니스 플랜이다.

2015~2019년 메이투안 영업이익

메이투안과 함께 시장의 1/3을 양분하고 있는 ‘어러머’는 우리나라에도 크게 알려진 자본가 마윈(马云)이 대주주로 있는 알리바바(阿里巴巴)의 계열사다. 2018년 4월 지분을 사들이면서 역시 중국을 대표하는 IT자본 텐센트와 연합한 메이투안과 경쟁하고 있다. 등록된 배달 노동자 수만 300만 명이 넘고, 영업 범위는 중국 전역의 2천여 개 도시, 점포 130만 점이 넘는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악순환

음식 배달 경쟁은 회사에겐 높은 이윤과 시장에서의 우위를 안겨주었지만, 노동자들에겐 끔찍한 초과착취를 선사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속된 플랫폼 간 경쟁은 저가의 배달비를 촉진했는데, 2017년 기준 메이투안이 고객 유치를 위해 소모한 보조금만 42억 위안(7500억 원)에 달한다. 그해 메이투안은 29억 위안(5천억 원)의 적자를 감수했다. 지독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도 이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악순환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가령 4년 전 선전의 배달 노동자는 보통 월 3,400위안(55만 원)을 벌기 위해 매일 3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아야 했고, 하루 12시간씩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대부분 사회보험도 없이 일한다. 이러한 신세대 농민공들의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공청단 중앙위원회(中国共产主义青年团中央委员会)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배달 노동자의 노동 계약 비율은 78.7%에 그쳤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6만5천 명의 배달 노동자 중 75% 이상이 5천 위안(85만 원) 미만의 월급을 받았고, 대부분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또 절반 이상이 하루 최소 1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으며, 약 60%는 월 3일 이상 쉬지 못한다고 답했다. 실제 많은 노동자들이 아침 9시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12~14시간 매일 같이 일하면서도 휴일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모두 현행법을 위반한다. 《중화인민공화국 노동법》 제41조에 따르면 노사 간 합의가 있을 경우 노동시간 연장이 가능한데 일반적으로는 1시간만 연장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로 노동시간을 연장해야 경우 최대 3시간 연장할 수 있고, 매월 합쳐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를 온전히 지키는 음식 배달 노동자는 거의 없다. 중국의 여러 사회문제들이 그렇듯, 새롭게 등장한 산업 현상에 법규를 적용하는 데 있어 누가 어떻게 감독하고 구제할지의 문제는 여전히 애매하게 남아 있다.

* 이와 같은 ‘돈 태우기(burning money)’ 전략은 투자 유치로 자금력을 확보한 스타트업들이 취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다. 국내에서도 쿠팡 등이 이와 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누적적자 4조원을 넘어섰음에도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고 있다.
** 한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배달 운전자들은 20세에서 30세 사이의 남성 농민공이며, 대부분 입사 후 1년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다.

조반유리

일찍이 마오쩌둥이 말했듯, “모든 저항에는 이유가 있다(造反有理)”. 2010년대 중반 이래 중국 전역에서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건당 수수료의 일방적인 인하나 임금 체불이 주된 요인이다. 이때 파업이란 게 한국처럼 어떤 법률적 절차가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도시의 배달 라이더들이 뭉쳐 한날 한시에 같이 일을 멈추고 회사 앞이나 광장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집단 시위을 벌인다.

上海出版系统革命司令部、上海人民美术出版社革命造反委员会

가령 2016년 4월, 상하이(上海)의 메이투안 배달부들은 임금 체불과 장시간 노동에 항의하며 집단 파업에 들어갔다. 이 즈음 산시성 시안양(咸阳)시의 배달부들도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항의하며 단체 시위를 펼친 주역이다. 이런 저항 모델은 삽시간에 전국적인 쟁의로 확대됐다. 2017년 3월 하얼빈의 배달 노동자들 역시 저임금에 항의하며 하얼빈 전역의 배달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호소했다. 음식배달 플랫폼 어러머가 일방적으로 업무 기준을 바꾸자 임금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화난 노동자들이 “이런 기준으론 우리가 견뎌낼 방법이 없다”, “우리 상황은 더 이상 침묵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대륙의 정반대편인 윈난성(云南省)의 관광도시 다리(大理)에서도 배달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주문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함에도 노동 조건이 개선되지 않자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같은 해 9월 5일 쿤밍에서도 임금 감축과 더 빨리 일하도록 부추기는 업무 규율에 항의하는 메이투안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어났다. 이들은 1km당 6.5위안에서 4위안으로 떨어진 수수료 제도와 건당 43분에서 37분으로 단축된 규율을 들어, “이렇게 되면 하루 임금이 200위안에서 120위안으로 떨어진다”고 항의했다.

이런 경향은 이후로도 지속됐다. 모든 쟁의를 가늠할 순 없지만, 몇 가지 정보를 통해 대략적인 경향을 추산할 수 있다. 중국노공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1년 동안 중국 전역에서 최소한 47건의 배달 노동자 파업이 발생했다. 특히 장쑤성과 저장성, 산둥성 등 동부 연안지대의 도시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 10건에 불과했던 음식 배달 노동자 파업 발생건수는 2019년에는 45건을 넘어섰다.

이처럼 전국적인 비공인 파업(wildcat strike)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의 독립연구자 천우청(陈武城)은 2018년 3월에서 9월까지 반년 간 베이징과 톈진(天津),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에서 직접 50여 명의 배달 노동자들을 만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적인 임금 체불, 열악한 복리후생 조건,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업무규율과 과징금, 장시간 노동의 여건이 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그가 만난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조차 맺지 않은 채 일했으며, 그 때문에 사측과 분규를 겪거나 교통 사고가 났을 때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방도가 없었다. 보통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했으며, 평균 월 3일의 휴식 밖에 보장받지 못했다. 대체로 4~5천 위안(약 75만원)의 월급을 받았는데 높은 월세 부담과 각종 생활비를 빼고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음식 배달 시간이 초과될 경우 일방적으루 부과되는 벌금도 배달 노동자들을 분노케 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다. 만약 배달부가 약속된 시간보다 1분 초과했을 때, 2위안(350원)을 깎는다. 그러니 지각이나 시간 초과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은 수시로 신호 위반과 교통 규범 위반을 감행한다. 이러다보니 월 500위안의 돈을 점주에게 갖다바쳐야 하는 노동자들이 흔하다.

죽음의 일터

배달 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것이 바로 노동 재해다. “배달은 저승사자와의 경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점점 줄어드는 배달 시간 때문에 빈번하게 교통규범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통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2020년 3월부터 반년 간 수십 명의 배달 체인 노동자들을 심층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배달 노동자들은 갈수록 더 심하게 목숨을 내놓고 일하고 있다. 어러머의 한 라이더는 3km당 최저 32분에 처리하던 배송을 이제 30분 안에 완수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한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배달 시간이 그만큼 짧아졌기 때문이다. 가령 충칭에서 장거리 전담 배달을 맡고 있는 어느 라이더는 동일한 거리의 운송 시간이 50분에서 35분으로 줄어드는 걸 목격해야 했다. 메이투안에서 3년 간 일한 다른 노동자 역시 2016년 1시간이었던 배송 간격이 이듬해 45분, 다음해 38분으로, 급기야 2019년엔 28분으로 줄었다. 해마다 10분이 줄어든 것이다. 그만큼 라이더가 감수해야 할 위험과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메이투안과 어러머의 배송 시스템은 각각 ‘초뇌(超腦)’, ‘방주(方舟)’라는 알고리즘(algorithm)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측 입장에선 첨단 AI 기술을 과시하는 자랑거리다. 메이투안 창업자 왕싱(王兴)이 자화자찬하는 ‘초뇌’ 알고리즘은 거꾸로 배달 노동자들의 죽음을 앞당기는 인공지능이기도 하다.

메이투안의 적시배송시스템 초뇌 알고리즘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교통규범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리게 되고, 회사는 “엇? 니네 다 할 수 있잖아” 이러면서 배송시간을 더 줄이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면 라이더가 감수해야 할 위험과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령 상하이에서 몇 년째 배달 노동을 하고 있는 한 라이더는 매 건마다 한 번씩은 역주행한다. 그래야 배달 시간을 단축해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쑨핑 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속도와 신호를 엄수하는 등 교통법규를 제대로 지킬 경우 배달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만약 배송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매번 평점과 소득이 감소하고, 점수가 더 깎일 경우 잘리기도 한다. 그러니 라이더들은 죽음의 레이스를 펼칠 수밖에 없다. 라이더들의 교통법규 위반은 알고리즘에 의해 오랜 기간 통제받으며 체득된 결과이다. 알고리즘이 정한 시간 내에 배달하기 위해 더 빠르고 위험하게 달리게 되고, 이런 데이터를 수집한 알고리즘은 더 짧은 배송 시간을 지시한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업체들은 배달 건당 라이더한테 떨어지는 돈을 임의로 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는 라이더들이 예전에는 3킬로미터 배달을 하면 8위안 이상을 벌었었는데, 지금은 그 액수가 겨우 5위안으로 떨어졌다. 음식 배달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인건비 감축을 통한 초과 착취에 주력하는 것이다.

2017년 상반기 상하이시 교통경찰 자료에 따르면 상하이에서는 2.5일에 1명꼴로 라이더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9년 상반기에도 상하이에서 발생한 배달 관련 교통사고는 325건으로 5명이 숨지고 324명이 다쳤다.

2018년 청두시 교통경찰은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가 1만 건에 달하고, 사고는 196건, 사망은 155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다른 여느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고는 비가 오거나 늦은 밤일 때 더욱 급증한다.

라이더들이 시스템에 의한 통제로 죽어갈 때, 플랫폼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메이퇀의 주문량은 25억 건에 달했고, 1인당 수입은 전년 대비 0.04원 늘었으며, 원가는 0.12원이 절감됐다. 이는 해당 분기 한화 700억 원의 이익을 늘리게 했다. 반면 라이더들의 수익은 그대로다. 생계를 위해 더 위험하고 보다 긴 노동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불안정 노동

중국 물류업계를 대표하는 전문지 《물료보 物流报》가 2020년 1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몇 곳의 업체만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자영업체로 운영되었고, 다른 대부분은 가맹 형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가맹점으로서 손익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원가절감과 위험 회피를 위해 노동자들을 수시로 해고하고, 심지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메이투안과 어러머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이처럼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2017년 11월 베이징시 제2중급인민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있었던 “전기3륜차 및 전기자전거 배달 분쟁 사건들의 주요 쟁점은 책임 주체가 누구냐에 있느냐에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업계는 여러 겹의 하도급이나 가맹계약, 파견업체로 분할되어 있고, 이런 구조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파견업체에 속해 있어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즉, 심각한 노동유연화가 이 문제의 주된 모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영세한 규모의 다양한 고용기업들에 대한 근로감독과 권익 보호가 작동하지 않으니 그 피해를 온전히 농민공 혹은 신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극단적 유연화는 노동관계를 파편화시킨다. 또, 노동권을 박탈하며, 직업안정성 역시 무너뜨린다. 중국의 노동법과 제도는 한국이 그러하듯 점증하는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준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플랫폼 경제의 거품은 격렬한 시장경쟁 속에서 심각한 유동성을 배태했다. 많은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고, 기업 간 인수합병 역시 활발하다. 가령 셰어카 시장의 강자인 디디(滴滴)와 우버차이나, 콰이디(快的) 등 3대 기업은 통합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역시 2015년 이후 디디추싱 등 공유차량 플랫폼 운전기사들의 파업이 빈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노동관계가 순식간에 구축과 해체를 반복하니 조직되지 않은 집단 쟁의가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 격류망(激流网)은 “공유경제에 대한 이런 유연화된 리스크가 지속된다면 낭만주의적 언어로 포장된 ‘공유경제’는 현실에서 ‘공유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론

2010년대 광둥성과 푸젠성 등 연안지대 제조업 공장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중국 노동자운동의 파도는 시진핑 시기 극심한 노동자운동 탄압을 거쳐 이제 ‘플랫폼 기업’을 위시로 한 서비스·유통업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GDP 비중은 53.9%로, 선진국의 70% 수준(한국은 약 60%)에 비하면 낮지만 이는 점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중국은 이른바 ‘쌍순환’(双循环; Dual Circulation) 정책을 주창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제 정세 조건에 대응해 국내(내수)와 국제(수출) 양방향 순환을 통한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앞으로도 플랫폼 산업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 다섯 가지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플랫폼 경제가 추동하는 산업 변화와 이에 맞추어 변화된 노동 현실에서 노동권을 확장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신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사전 단체교섭과 민주적 참여의 절차가 결여됐을 때엔 노동쟁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수천 개의 도시에 편재되어 있지만(메이투안은 중국 내 2,800여 개 도시에서 등록 배달 노동자들을 두고 있다), 규모 자체는 전통적인 산업에 비해 매우 크다. 2016년 4월 베이징에서 디디추싱과 우버 운전기사들이 연합해 사측의 일방적인 보조금 인하에 맞서 ‘1만인 대파업’을 일으킨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산발적이고 우발적인 비공인 파업을 넘어 조직적이고 사회적인 흐름으로 확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자운동의 명맥이 유지되어야 한다. 꼭 ‘독립노조’라는 틀을 경유하지 않더라도 나름의 자주성을 견지해야 노동자운동답게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제도 안에서의 노력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운동의 힘을 점차적으로 강화하는 낙타의 인내가 필요하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어느 정도의 행정적 개입을 통해 플랫폼 산업의 질서를 제어하려 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렴하겠지만, 대중운동을 누락한 채로는 어떤 것도 저절로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공회(工会)에게는 플랫폼 산업에서의 노동자 대표를 선발해 자본과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할 책임이 주어져 있다. 실제 2018년 10월에 열린 중화전국총공회 17차 전국대표대회는 “지식형·기능형·혁신형 노동자를 양성”하는 것, 즉 노동자 교육사업을 강화하고, ‘직공의 집’ 건설을 확대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이는 신세대 농민공을 중심으로 한 노동자운동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제하고, 공회의 조직력과 지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이후 지역별 조직화 경험을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농민공의 공회 가입을 유도할지에 대한 모색을 강화해왔다. 2019년 6월 전총이 발표한 조합원 수는 약 3억 명으로, 이중 농민공은 1억 4천만 명에 달했다. 5년 사이 2천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셋째, 제도 바깥의 자생적인 노동자운동이 정치적 성격을 갖길 꺼리고 일정한 한계 속에서 악무한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이런 정치사회적 현실을 당장 뒤바꾸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지금으로써는 계급적인 역량을 축적하고, 자주적인 활동가 네트워크를 유지 및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의 정치적 현실에서 전총 각급 단위에서 플랫폼 산업에서의 조직력이 제고되는 것은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당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공회 조직이라 하더라도 단체협상이나 단결 강화를 담보할 최소한의 기제는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공회가 회사별 업무규칙을 제정하고, 중대사안 결정 과정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민주적인 참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흐름이 강화되면 플랫폼 노동권의 강화를 어느 정도 확장하고, 자본의 무소불위 착취를 제어할 기제가 생긴다.

넷째, 최근 중국 사회에서도 음식배달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의 사례들에 주목하는 흐름도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만이 아니라, 사회운동가들은 한국 내 플랫폼 노동자 조직화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중 양국 사회는 많은 차이도 있지만, 동시에 IT산업에 있어서는 공통점이 많다. 플랫폼 노동자 문제를 두고 상호간 관심을 넓히고, 참조해나가는 일은 비단 국제연대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각자의 문제를 대면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다섯째, 플랫폼 자본이 양산하는 첨단 AI기술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초뇌’와 ‘방주’라 명명된 AI 알고리즘은 라이더들 인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려면 알고리즘의 구성원리를 노동자들에게 공유해야 하고,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어야 한다. 또, 제도와 집단 문화 등 사회적인 복잡성과 집단 실천이 알고리즘 구성에 반영되어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 라이더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자본의 이익과 죽음이 비례하는 이 끔찍한 초고속 발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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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ghe Hu, Chinese delivery giant Meituan’s new live-streaming tool helps private education companies target users nearby, 2020-10-14, South China Morning Post
Minghe Hu and Iris Deng, Meituan’s third-quarter sales rise as antitrust clouds gather over China’s internet giants, South China Morning Post
Orange Wang , Mandy Zuo in Shanghai and Minghe Hu in Beijing, What economic recovery? China’s delivery drivers just along for the ride as other opportunities remain elusive, 2020-10-28, South China Morning Post
Rita Liao, Viral article puts the brakes on China’s food delivery frenzy, 2020-09-09, TechCrunch
SIYUAN MENG, “A Painful Read”: New Report on the Dangers Facing China’s Delivery Drivers Goes Viral, 2020-09-08, RADII
Food delivery workers need a trade union to push for real change, 2020-09-22, China Labour Bulletin「Labour activist Liu Shaoming marks four years in jail as crackdown continues」, China Labour Bulletin
Well-known labour activists detained by Shenzhen police, China Labour Bulletin
Report on food delivery rider unrest (2017-2018), Hong Kong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2019年外卖骑手就业扶贫报告」
『新时期产业工人队伍建设改革方案』, 中共中央·国务院
美团发布2019骑手就业扶贫报告:实现25.3万贫困骑手脱贫, 2020年03月12日, 新华网
外卖行业数据分析:2020年中国在线外卖市场规模将达到6642.2亿元, 2020-06-23, 艾媒网
赖祐萱, 外卖骑手,困在系统里, 2020-09-08, 人物
“白领经济”兴起致快递用工荒 加薪千元仍招工难, 2017-03-17, 南方报业
《促进快递配送从业青年的职业发展和社会融入》, 共青团中央维护青少年权益部、国家邮政局
「中国工会第十七次全国代表大会关于中华全国总工会第十六届执行委员会报告的决议」,『工人日报』
「以习近平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思想为指导 团结动员亿万职工 为决胜全面建成小康社会夺取新时 代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胜利而奋斗」, 『工人日报』
李玉赋, 「在全国工会推进货车司机等群体入会工作现场经验交流会上的讲话」, 『工人日报』
龚惠文, 「全国总工会改革试点方案系列解读」, 중화전국총공회
陈武城:京津冀外卖及快递员调查报告
韩国外卖骑手的困境及突围之路, 激流网

중국 GDP 대비 Service-Sector 비중에 관한 세계은행 자료
왕웬전(王文珍) 리웬징(李文靜) 투웨이(涂伟), 중국 노동관계에 대한 플랫폼 경제의 영향, <국제노동브리프>,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