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강력한 봉쇄 조치의 원인은 취약한 보건위생 시스템에 있다 (번역)

[역주] 이탈리아 현지 시간 기준 2020년 3월 22일 오후6시(한국 시간으로는 23일 오전2시)에 업데이트된 이탈리아 코로나 바이러스 19 감염증(이하 ‘코비드19’)의 사망자 통계가 5,476명을 기록했다. 3월 둘째주 이후 확연한 진정 국면에 접어든 중국 대륙 사망자 3,249명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확진자는 5만9천여 명이지만 코비드19의 치명율이 1~2퍼센트 수준으로 짐작되는 것에 견주었을 때 실제 감염자 수는 30~40만이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월 12일부터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도 매우 심각하다.

이 글은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지오바나 비카렐리(Giovanna Vicarelli)가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Le Monde)에 기고한 「En Italie, la dureté des mesures restrictives tient à la fragilité du système de santé」라는 제목의 칼럼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본문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원문은 다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lemonde.fr/idees/article/2020/03/12/en-italie-la-durete-des-mesures-restrictives-tient-a-la-fragilite-du-systeme-de-sante_6032715_3232.html

본문 : 지오바나 비카렐리
중역 : 두쥐안(杜娟)
한역 : 홍명교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격리되어 있는 집 현관에서 밖을 내다보는 여자. 2주 전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네덜란드로 돌아온 그녀는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여 현지 보건당국에 의해 격리 조치됐다. (사진 : Robin Utrecht)

지난 2월 21일 이후 20여 일의 시간 동안 이탈리아는 코비드19 전파를 차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정책들을 내놨다. 많은 관찰자, 특히 유럽의 관찰자들의 눈에 이 정책들은 매우 불일치한 것처럼 보였다. 각 지방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은 서로 충돌하기도 했고, 중앙정부의 조치와 협력할 수 있는 부분도 드물었다. 3월 9일 행정명령 이후, 각부 장관 회의는 롬바르디아주와 이탈리아 북부의 전염병 전파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14개 주에 실행하던 제한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엄격하고 일치된 조치가 없다

그리하여 3월 10일 이후 모든 이탈리아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이를테면 업무상 필요성이나 긴급한 상황, 혹은 병원 진료가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바깥 출입이 제한됐다. 외출해야 할 때에는 개인은 반드시 사유서를 작성해서 경찰에게 제출해야 하며, 허위로 작성할 경우에는 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일치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강력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장기간 지속된 구조적인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정치와 보건의료 시스템과 관련된 배경적인 요인이다.

먼저 여러 조치들이 서로 불일치했던 것은 이탈리아 공공 보건의료 시스템이 지역별로 심각하게 분별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 이뤄진 헌법 개정으로 각 주 정부가 전 국민 대상의 공공건강 서비스인 Servizio sanitario(건강 서비스를 뜻함)의 관리와 처리 업무를 맡기 시작했다. 각 주 정부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중앙은 거의 “무정부” 상태가 됐다. 최근 몇 달 간 각 주 정부는 주정부의 권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차별화된 자치’를 실행했다.

바로 이와 같은 실정법의 틀 속에서 보건의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앙정부 보건부의 권한이 약화되었고 공백이 생겼다. 이와 같은 후과는 개헌이 만든 결과일뿐만 아니라, 연방주의를 신봉하는 현 중도우파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아가 이 정부가 각 지방정부 정책에 대해 실시한 협조가 아무런 성과도 낳지 못한데에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구조적인 배경 하에서 롬바르디아주(Regione del Lombardia)와 베네토주(Regione del Veneto) 지사들이 앞선 시기에 각각 취한 다양하고도 모순적인 방역 조치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 두 주는 모두 마테오 살비니(Salvini)가 이끄는 북부동맹당(Lega Nord)이 집권하며, 줄곧 주세페 콘테(Giuseppe Conte) 민주당과 오성운동 연립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역주 : 북부동맹당은 극우 포퓰리즘적 성향을 보인다. 2018년 총선에서 승리해 오성운동과 연정을 구성하기도 했지만, 이후 2019년 8월 연정 붕괴 이후 야당이 됐다.)

나아가 보건부 장관인 로베르토 스페란자(Roberto Speranza)는 아직 나이가 젊은데다 부서 경험이 매우 짧다. 그밖에도 그는 의학 지식을 배경으로 갖고 있지도 않으며, 2019년 9월 5일 부처에 입성한 이래 고작 6개월의 경험을 갖고 있다. 모든 시스템의 기술적 지식을 갖출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가 심각해진 이래 바이러스 전파 상황 공유와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보건부 장관이 아니라 콩테 총리가 해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각종 요인들의 중첩이 현재 이탈리아가 마주하고 있는 코비드19 전파 상황을 만든 것이며, 협조를 통해 일치된 정책 대안을 내놓기 어려운 크리티컬한 상황을 낳은 것이다.

이탈리아의 보건 시스템은 상당기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고, 이러한 차이는 각 주의 자치제로 인해 더 심해졌다. 남부의 칼라브리아(Calabre)주와 캄파니아(Campanie)주는 이 지역 전체 주민에게 법이 규정한 기초적인 건강 서비스도 제공할 능력이 없다. 2017년 우리는 상당수의 남부 주민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북부 지방(롬바르디아,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의 병원으로 진료받으러 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3월 1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이탈리아 정부는 COVID-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 Antonio Masiello)

줄어든 예산

현재까지 북부의 의료기관들은 이탈리아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대부분을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남부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북부의 병원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행 의료기관들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대처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전 국민 자택 격리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밖에, 2008~2010년 이탈리아 경제위기는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예산을 급감시켰다. 이에 더하여 중도우파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대규모 조기 퇴직 조치로 인한 연금 감소까지 겹쳐져 기존에 있던 의료진이 대거 퇴직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는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해 추가적인 채용을 하지 않았다.

결국 겹겹이 쌓인 보건의료 시스템의 어려움(남부지방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낳은 것이다. 콘테 정부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의식해 최근에서야 강력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모순적이면서도 각종 자원을 갖고 있는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그렇듯, 이탈리아의 의료진들은 날로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막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은 공공보건 사업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의 정신을 갖고 있다.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감사를 표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이 보건의료 위기에 있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응답일 것이다.

읽고 쓰고 말하고 편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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