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중국 노동운동가들을 위한 ‘1킬로미터’ 달리기 캠페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는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연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감염이 확진됐고, 매일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지난해 홍콩 항쟁에 이어 올해 우한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중국 대륙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관심도 여느 때보다 높습니다.

무엇보다 관심의 초점에 쏟아지는 건 코로나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해 중국 사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자 했던 리원량(李文亮) 의사의 죽음, 그리고 우한 시내로 들어가 봉쇄된 도시의 진상을 알리려고 노력했던 변호사이자 시민기자 천추스(陈秋实)의 체포였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사회에는 그곳을 좀 더 건강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 목소리내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이러스 이전에도 항상 존재했습니다. 민간 영역에서 중국 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중국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고, 다른 목소리들의 명맥이 이어져온 것입니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립니다. 우리가 입는 유명 브랜드 옷,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자동차, 온갖 제조 공산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지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농촌 출신 노동자 집단인 ‘농민공’들을 아주 저렴한 인건비로 부리며 공장을 돌려왔기 때문입니다. 2억 9천 만 명에 달하는 이 농민공은 ‘세계의 공장’을 움직이는 주축이고, 오늘날 중국 사회의 원동력입니다. 바로 이 농민공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름 없이’ 싸워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노동운동가들입니다.

우리는 리원량과 천추스 이전에 노동운동가들이 있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치며 활동해왔고, 많은 것을 쟁취해왔습니다. 지난 10여 년 광둥성의 임금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노동운동가들의 헌신이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동운동가들이 죄다 체포되고 있습니다. 2015년 이후 중국 정부는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강도를 높여왔습니다. 급기야 그 정치적 쟁점이 폭발한 2018년 제이식 투쟁 이후로는 많은 노동운동가들이 구속됐고, 이런 탄압은 지난해인 2019년까지 이어졌습니다. 중국 노동운동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과 홍콩 항쟁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홍콩의 활동가들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구속된 중국 노동운동가들을 위한 1킬로미터’라는 이름의 캠페인이었습니다.

네이호우!

중국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중국 노동운동가들에 헌사하는 1KM의 길’ 행동을 제안합니다.

2018~2019년 2년 동안 중국의 노동운동은 정부 당국의 엄중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2018년 7월 제이식 노동자 투쟁에서 시작해서, 계속해서 노동운동가들이 체포되거나 실종됐습니다.

탄압이 시작된지 1년반 후, 체포된 활동가들 중에는 8명의 노동운동가들이 있습니다. 노동자 언론 「신세대(新生代)」편집자인 양정쥔(杨郑君)·웨이즈리(危志立)·커청빈(柯成兵), 노동자운동의 리더 우구이쥔(吴贵军), 단체교섭의 지도자 허위안청(何远程), 춘펑노동쟁의상담소의 송자후이(宋佳慧)·장즈루(张治儒)·지엔후이(简辉) 등이 그들입니다. 현재까지 조사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재판을 받고 구류된지 1년에 다다르고 있거나 이미 넘었습니다. 그들의 가족들은 이들의 재판 일정에 대한 정보조차 받지 못했고, 사건 정보에 대해 이해할 기본 권리조차 박탈당했습니다. 가족들은 이들이 가족들 모르게 재판을 받게 되어 불공평하고 불투명한 방식의 판결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 모든 구속 노동운동가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홍콩의 시민사회 성원들과 노동권익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저희의 ‘중국 노동운동가들을 위한 1KM의 길’ 행동에 참여해줄 지원자들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1KM’(혹은 이상)를 달리며 교대로 지지 표어를 들고 참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또한 여러분의 SNS와 「빨간풍선 红气球」 페이스북 상에도 여러분의 행동 기록을 공유해주시면 됩니다. 참여자들은 SNS 게시글에 구속된 8명의 노동운동가들 또는 당신이 아는 활동가들 중 1명을 선택해 헌사할 수 있습니다.

지지 행동은 2020년 1월 말에 시작됐으며, 오는 3월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한국에 소개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비록 사소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의 실천입니다. 구속된 활동가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중국의 시민사회와 사회운동가들에게 작은 용기를 전할 수만 있어도 큰 힘이 됩니다.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구속된 노동운동가들 중 일부인 7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양정쥔, 웨이즈리, 커청빙 3명은 광둥성 선전시의 신세대 농민공들을 위한 독립언론 《신세대 新生代》에서 활동해왔습니다. 2018년 이들은 후난성(湖南省) 출신의 진폐병 산재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 활동을 했었습니다. 중국에서 진폐병 문제는 매우 심각하죠. 당시 이 산재 노동자들의 투쟁은 매우 격렬했습니다. 후난성과 광둥성에선 꽤 많이 알려진 이슈였죠. 하지만 공안 당국은 이들에 대한 체포로 응답했습니다.

양정쥔(杨郑君)은 대학시절부터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해온 젊은 활동가입니다. 2008년 코카콜라 공장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위장 취업해 함께 싸웠었고, 이후로도 계속 노동운동을 해왔습니다. (관련 기사 : 「코카콜라 불법노동, 대학생 잠입 조사」, 내일신문)

2019년 1월, 양정쥔과 커청빙이 느닷없이 체포됐다는 뉴스가 전달됐습니다. 이들은 그저 산재 노동자 투쟁 소식을 알리는데 애썼을 뿐이었습니다만, 제이식 투쟁과 연루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겹쳐져 있었죠. (관련 기사 : 「광저우에서 올트 트래퍼드까지」, 주간경향)

웨이즈리(危志立) 역시 광저우대학 재학 시절부터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고 농민공 조직화를 위해 활동해온 30대 초반의 젊은 활동가입니다. 2019년 3월에 체포됐죠. (관련 기사 : 「진폐증 노동자 돕던 中 언론인 체포돼…당국 “재교육 필요”」, 연합뉴스)

장즈루는 광둥성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노동NGO 춘펑노동쟁의센터의 활동가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노동자 투쟁에 함께 했고, 지속적으로 당국의 감시를 당하며 여러 차례 체포됐었죠. 황원하이(黄文海) 감독의 영화 『흉년지반』에도 그가 나옵니다. 그 역시 지난 2019년 1월 20일에 체포됐으며, 죄명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채로 변호사와 가족 접견마저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우구이쥔은 농민공 출신의 노동운동가입니다. 2012년 공장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년하고도 7일 간 투옥됐었고, 출옥 후 노동운동을 지속하다가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다시 체포됐습니다. 그 역시 영화 『흉년지반』에 등장합니다.

송쟈후이는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노동운동가 중 한 명입니다. 광둥성 광저우시 판위구에 위치한 리더신발공장(利得鞋廠)에서 일하던 그녀는 당시 인근에서 일던 노동자 파업 물결에 힘 입어 공회(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하고 노동자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16개월 이상 지속된 이 투쟁은 노동자들의 승리로 끝났었고, 이후 그녀는 춘펑노동쟁의센터의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 「利得公司工人集体谈判维权时间表」) 그녀 역시 영화 『흉년지반』의 마지막에 인상 깊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투쟁 승리 축하연의 사회자이기도 했죠.

허위엔청(何遠程)은 오랫동안 노동 변호사로 활동해왔고, ‘중국집체담판논단(中國集體談判論壇)’이라는 매체의 편집인이기도 합니다. 여러 노동자 투쟁에 함께 하며,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해 일어나 단체협상을 현명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 역시 지난 2019년 1월 20일에 체포됐고 현재까지 풀려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밖에도 많은 활동가들이 구속돼 있습니다. 노동운동가, 학생운동가를 비롯해 수많은 사회운동 활동가들이 투옥돼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중국 사회를 보다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노동자들이 임금을 체불 당하거나 부당하게 해고 당했을 때, 그리고 산재로 인해 고통받을 때 그들을 도우려 했을 뿐입니다. 이런 목소리가 억눌리지 않아야, 중국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며, 나아가 오늘날의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과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중국과 매우 가까이 있는 이웃입니다. 한국의 사회운동이 구속된 노동운동가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이런 손에 닿는 국제연대만이 위기에 빠진 세계 노동운동의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국제연대 캠페인에 함께 해주십시오.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래 폼에 입력해주시면, ‘빨간풍선 气球 측에 전달하겠습니다. 신청하신 분은 2월 17일~4월 4일 사이 원하는 일시에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서 ‘달리기 앱’을 켜고 1km 이상을 달린 후,인증샷을 찍고 달리기 앱의 기록을 캡쳐해서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runforlabouractivists 을 달고 게시하면 됩니다. (만약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신다면, platformc@protonmail.com 으로 사진을 보내주셔도 됩니다.)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