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기후운동을 매수하려는 화석연료 산업

김선철(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

 

12월 14일 한 언론에  “화석연료 산업은 어떻게 세계의 청년 기후운동을 사버리려 하는가”(링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9월 UN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의 위선을 까발리며 당장 행동하라 일갈하고 있을 때 화석연료 대기업들은 따로 기후위기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행사를 가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 <학생 에너지(Student Energy)>라는, 세력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젊은 세대의 기후단체를 초대했다. 생생한 논쟁이 벌어지고 때로는 격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화석연료 기업들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학생 에너지>는 기후위기에 책임있는 대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고, 많은 참여자들은 이미지 마케팅에 넘어가 그 기업들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마드리드에서 열린 25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5)에서는 참관단체의 지위를 부여받아 행사장 밖에서 시위했던 기후활동가들과 달리 안에서 협상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젊은 세대의 기후위기감을 활용해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대기업 전략이 많아지면서 얼마 전 수십 개의 기후운동단체들은 “대기업에 의한 청년운동의 포획”을 규탄하는 편지를 UN에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의 용기와 행동을 타락시키는 일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기후운동이 커지면서 정부와 기업들에 의한 기후정의운동 포획을 위한 시도와 노력들도 다변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명확한 전선을 긋고 투쟁해서 변화 강제 vs.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안에서 타협”과 같은 고전적인 사회운동의 딜레마와 갈등을 또다시 드러내고 있고 앞으로는 더 그러할 것이다.

기후정의운동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이미 정부와 기업에 의해 기후담론이 선점되어버린 한국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지점이다. 기후행동이 안과 밖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선이 제대로 그어지지도 못한 조건에서 이미지 정치만 하고 있는 정부나 기업과의 타협, 협력은 결국 기후정의운동의 기본적인 정신에 대한 배신으로, 기후정의운동의 등에 칼을 꼽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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