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윗홈] 2년마다 오는 공포, 이제는 끝내자

윤애숙 |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 ‘홈스윗홈 Home Sweet Home’ 연재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주거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톺아보고자 합니다.
  • 총 세 편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첫 번째로 20대 마지막 국회를 앞두고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요구를 주택임대차의 역사와 제도변화를 통해 살펴봅니다. 두 번째로는 철거민들의 투쟁이 발발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사회 주택공급의 역사를 통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거 문제의 최하층에 있는 주거취약계층, 홈리스의 삶을 통해 보편적 주거권 확대의 방향에 대해 논해보려 합니다.

집 재계약 시점이 돌아오는 2년마다 심장이 쫄깃해진다. 계약 종료 한 달을 앞 둔 시점이 되면 대문 앞에 있는 주인집 개도 피해 돌아서 다닌다. 무사히 계약을 연장할 수 있을까? 얼마나 올려줘야 할까? 갖은 생각이 다 들 수밖에 없는 이 시기를 조용히 지나가고 나면 “주인님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그런데 왜, 언제부터 2년일까? 2년이라고 누가 정했기에 우리는 당연히, 자연스럽게 2년을 기준으로 계약을 하고, 2년의 안정감만 누리는 걸까? 그리고 언제까지 이 2년마다의 악몽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2년 이전에 6개월마다 이사가 있었다

전세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임대차 계약 방식이다. 부동산 소유자에게 일정한 금액을 맡기고, 그 부동산을 일정 기간 동안 빌려 쓰는 것으로, 고려시대 전당 제도까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전답을 담보로 금전을 유통하던 전당 제도가 조선시대 대동법 실시 이후 가옥으로 확대된 것이다.

19세기 개항과 함께 서울 인구가 늘어나면서 전세 제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조선인 주택소유자들은 전세를 놓아 마련한 목돈을 사업자금으로 활용했다. 당시의 전세 제도는 임차인이 주택 가격의 5할에서 8할 정도를 임대인에게 기탁하고, 기간만료·주택반환과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받는 형식이었다. 그러던 중 1912년 조선민사령의 공포로 일본 민법의 임대차 관계가 도입되면서 조선시대와 달리 전세의 물권성이 부정되었고 임차인들의 권리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전세 제도는 계속해서 확산된다. 전세가 주택소유자의 금융 문제와 임차인의 주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택임대차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 서울의 자가가구 비율은 44.5%로, 임차가구가 더 많았으나 임대차에 대한 법률적 보호 방안은 없었다. 당시 민법은 임대차 최소기간 규정조차 없어 통상 6개월로 정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며, 제3자에 대한 대항력도 약해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도 쫓겨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비관하여 목숨을 끊는 세입자들의 사연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1년 3월 5일 드디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시행되었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최소 1년 보장되게 되었고 묵시적인 계약갱신 조항이 등장했다. 주택인수와 주민등록만으로도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저호황과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으로 세상이 떠들썩한 동안 두 자릿수로 폭등하는 전월세로 집 없는 이들은 고통 받고, 쫓겨나고, 죽어갔다. 대규모 재개발과 치솟는 임대료로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자 전쟁터가 된 상황은 빈민들, 무주택 세입자와 철거민들의 투쟁을 촉발했다. 갈등이 심해지자 정부는 1989년 5월 주택임대 1989년 5월 주택임대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해 12월 30일 통과되었다. 이때 늘어난 2년의 임대차 기간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0년째 제자리인 주거불안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저금리로 인해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됐다. 2006년에만 해도 월세 유형을 합한 것보다 많았던 전세비율은 2014년을 기점으로 보증부 월세에 역전되어 2018년까지 점차 떨어진다. 이러한 점유 형태의 변화를 소득별로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49.7%에서 47.2%로 떨어지고, 보증부 월세 비율은 20.3%에서 29.1%로 늘어난 데 비해 소득 상위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67.0%에서 75.2%로 늘어나고, 보증부 월세는 7.2%에서 6.2%로 떨어졌다. 2018년 기준 보증부 월세 가구의 86%, 무보증 월세 가구 82.4%가 임대료 및 대출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소득 하위 가구의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평균 25.8%에 이른다.

이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40년, 곧 있으면 개정 30년이다. 여전히도 우리는 주택 소유자가 아니면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자가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10.7년이지만, 임차가구는 3.4년에 불과하다. 우리와 민간임대주택 비율이 비슷한 독일의 경우를 보면 임차가구 평균 거주기간은 12.8년이며, 20년 이상 한 곳에 거주한 경우도 전체의 22.7%이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왜 이렇게 다를까? 사실 답은 명료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대차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매우 기울어져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서 비교한 독일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세입자 보호 방안들을 다방면으로 마련해 놓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주장할 수 없으며, 임대료도 마음대로 정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조정절차를 거치거나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이번에도 ‘나중에’?

올해 10월 7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이하여 주거권운동 단체들은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를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를 출범하고 활동을 이어왔다. 임차인이 계약 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상승폭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방안이다.

사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법안들이 무수히 많이 발의되어 있다. 최초 계약 2년에 더해 한 번 더 계약 갱신을 청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2+2안,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늘린 3+3안, 횟수와 기간을 정하지 않고 특정한 사유가 없는 이상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 수많은 안들이 계속 계류 중에만 있다. 명분도, 법률도 모두 준비되어 있다. 국회에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1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심사안건에서 제외되었다. 사실상 이번 정기 국회 내에 법안처리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만 하다가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없이 폐기되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21대 국회로 넘기고, 22대 국회로 넘기며 계속 법안을 방치만 할 셈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안건에 올려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거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발걸음으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이 필요하다!

사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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